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명분도 잃고 실리마저 챙기지 못한 채 현업 복귀를 선언했다.
이렇다 보니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전날 저녁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현시점부터 5일까지 현업에 복귀해달라”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전개될 투쟁의 성공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게릴라 파업과 준법 투쟁을 이어간다는 게 전삼노 측의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게릴라식 파업, 디지털 기록매체 복원 대응 지침, 녹취·채증 투쟁 등의 내용을 담은 상황별 대응 매뉴얼도 제시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임금 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이른바 ‘끝장 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8월부터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대표 교섭권을 확보해 사측과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을 진행해 온 전삼노는 결국 합의점은커녕 대기업 명성에 흠집만 낸 노조로 남게 될 위기에 놓였다.
실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생산 차질로 공장을 세우겠다는 파업의 명분이 단돈 5만원에 불과해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업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전삼노는 오는 4일까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인정받지만, 5일부터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을 보면 대표 교섭노조가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대표 교섭노조 지위가 상실될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전삼노가 확보한 파업 쟁의권도 사라질 가능성에 노출된다.
이와 관련해서 전삼노 측은 제1노조인 사무직노동조합과의 통합을 예고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1노조와 흡수통합을 통해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전삼노가 1노조가 된다”면서 “순서상으로나 규모상으로나 전삼노가 이제 1노조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5개 노조 중 하나인 동행노조가 최근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전삼노의 파업을 비판했다.
특히 전삼노 측이 최근 대표교섭권 요청에 대한 공문을 보냈는데, 3개 노조와 달리 동행노조는 아직 의견을 주지 않고 있어 쟁위권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전삼노 자체조사결과, 전삼노 조합원 수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3만634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천명)의 29%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