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고 냉장’보다 전력량 66% 올라

“그렇다고 닫으면 방문 줄어” 딜레마

‘연 6천만원 매출’ 지원, 현실과 멀어

2일 오후 방문한 수원역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오락실. 문을 열어둔 채 냉방기를 작동시키는 ‘개문냉방’을 하고 있다. 2024.8.2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2일 오후 방문한 수원역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오락실. 문을 열어둔 채 냉방기를 작동시키는 ‘개문냉방’을 하고 있다. 2024.8.2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연이은 폭염에 냉방기 이용이 필수가 된 가운데, 도내 곳곳의 번화가에 위치한 매장들과 대형쇼핑몰에서 문을 열고 냉방기를 작동하는 ‘개문냉방’이 횡행하고 있다. 상인들은 개문냉방이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점을 알면서도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토로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개문냉방 매장의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은 문을 닫고 냉방했을 때와 비교해 약 66%, 냉방을 포함한 전기요금은 약 33% 증가한다. 개문냉방을 지속할 경우 전기요금이 훨씬 가중되는 셈이다.

경기지역 최고 체감온도가 37도까지 상승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린 30일 오후 수원시내 한 매장에서 출입구를 개방한 채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 2024.7.3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경기지역 최고 체감온도가 37도까지 상승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린 30일 오후 수원시내 한 매장에서 출입구를 개방한 채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 2024.7.3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0일째 경기도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2일 오후 1시30분께 수원역 로데오거리도 무더위가 한창이었다. 손님 유치를 위한 항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이곳엔 이날 상당수 점포의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300m에 달하는 거리에 늘어선 매장 중 18개 점포가 개문냉방 중이었다.

이곳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개문냉방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본사에선 개문을 지시하면서도 동시에 전기요금 부담을 이유로 냉방기 온도를 높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부담을 가지고 매장에 들어오길 꺼린다는 이유로 본사에서 매장 문을 열라고 지시한다”며 “본사에서 전기요금을 내는데, 전기요금이 계속 올라 비용 절감을 위해 냉방기 온도를 올리거나 불필요한 전기 사용은 줄이라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2일 오후 방문한 용인시 기흥구의 한 등산용품 매장에서 개문냉방을 하고 있다. 2024.8.2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2일 오후 방문한 용인시 기흥구의 한 등산용품 매장에서 개문냉방을 하고 있다. 2024.8.2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대형쇼핑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울렛에도 등산용품 매장 등 일부 매장은 문을 활짝 연 채 고객을 맞고 있었다.

점주들은 냉방효율이 떨어져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도 손님을 끌어들이는 게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야탑동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6)씨는 “문을 열고 빵냄새를 퍼뜨리는 게 손님을 모으는데 나름 효과적이라 문을 열고 장사할 때가 많다”며 “개문냉방으로 전기요금이 더 나온다 해도 1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면 장사하는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무더위로 냉방수요가 늘어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는 연매출 6천만원 이하의 소상공인에게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도심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씨는 “수도권 도심에서 연매출 6천만원 이하의 매장이면 지출을 생각할 때 장사를 지속할 수 없는 곳이 많다. 정부가 정말 소상공인들을 도울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