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사업 굴지기업 유치 '글로벌톱텐시티'
국제도시 향하는 다문화 정착·갯벌가치 등
눈앞에 널린 귀한보물 못 알아봐 안타깝다
인천광역시 도시브랜드인 '올 웨이즈 인천(all ways Incheon)'이란 이 문구를 좋아한다.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뜻이다.
'항상'을 의미하는 '올웨이즈(always)'와 발음이 닮은 이 도시브랜드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민선 6기 시장이던 2016년에 선보였다. 공항과 항만을 둔 '대한민국 관문 도시' 인천을 잘 표현했다고 본다. 세계 1등 공항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인천국제공항은 인천의 자랑이다. '제물포'란 옛 지명으로 한반도 근대화의 초석을 놓은 인천항은 오늘날에도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요즘 '경인방송'(FM 90.7MHz)에선 낯익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올웨이즈 인천, 배칠수입니다." 새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성대모사의 달인, 그의 오프닝멘트에서 인천시 도시브랜드가 새삼 떠올라 반가웠다.
'대한민국 관문 도시' 인천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지금의 중구 중앙동과 항동 일대 작은 포구였던 제물포는 1883년 개항 이후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길목'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열강의 각축장이자 조계지가 형성된, 그야말로 '국제도시'였다.
오늘날 인천은 '다문화' 도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2022년 11월 기준)을 보면, 인천은 외국인 주민이 이미 총인구의 4.9%인 14만6천여명에 이른다.
인천 연수구에는 '고려인'이 다수 정착한 '함박마을'이란 곳이 있다. 주로 일제강점기 무렵에 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조국을 떠나 러시아 등 머나먼 이국 땅에서 살던 고려인들이 귀국해 터를 잡았다. 이슬람권 국가 이주민들도 이 마을에 모여 산다.
부평구에는 '미얀마 거리'도 있다. 경인전철 부평역은 유학생, 노동자 등 미얀마인들의 교류 장소다. 특히 부평은 미얀마인들이 자국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거점이다.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 저항하는 시민들을 탄압했다. 미얀마 출신 인권운동가 소모뚜(49)는 부평에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를 세웠다. 그는 전두환 신군부에 맞선 5·18민주화운동 등을 가리키며 한국을 '민주화의 성지'로 여긴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은 이렇듯 국경이 없다. '인천5·3민주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이끌어낸 1987년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었다. 1986년 5월3일 인천 옛 시민회관 사거리에 5만여 명이 결집한 이 항쟁은 지난해 8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개정으로 법적 지위를 얻었다.
지구환경 보호는 국제사회의 최고 이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인천 '갯벌'을 주목한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250배에 달하는 드넓은 갯벌이 송도, 영종, 강화 등에 펼쳐져 있다. 인천 갯벌은 멸종위기 철새 저어새들이 봄마다 찾아와 먹잇감을 얻고 알을 낳는 국내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저어새 보호를 위해 한국,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인천시가 최근 유 시장의 민선 8기 주요 공약인 '뉴홍콩시티'를 사실상 폐기했다. 홍콩의 금융기업 등을 유치한다던 이 사업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단다. 대신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으로 굴지 기업들을 유치해 인천의 '세계 10대 도시'(?) 도약이란 더 원대한 구상을 내놨다. 이름하여 '글로벌톱텐시티'라고 한다.
길목을 잘못 들면 한참을 헤매게 된다. 세계로 통하는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눈앞에 널린 인천의 귀한 보물들을 정작 못 알아보는 듯해서 그저 안타깝다.
/임승재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