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린땐 대형 인명피해 우려
발빠른 안전확보·대피 안내 필요
코레일 "응급상황 매뉴얼로 조치"
"지하철 어디서든 불이 날 수 있는데, 또 빠져 나오긴 쉽지 않잖아요."
7일 오전 안양시 동안구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지하 1층에서 만난 윤모(51)씨가 걱정 섞인 말투로 말했다. 윤씨는 이틀 전인 지난 5일 낮 12시54분께 이곳 지하 1층 공조실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당시 불은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발생 10여분 만에 모두 잡혔다. 하지만 갑작스런 화재에 시민 50여명은 황급히 대피해야만 했다.
윤씨는 "주말을 제외하고 최소 하루 두 번은 이곳(인덕원역)을 이용하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니 작은 불이 나도 피해를 입을 것 같다"며 "평소 피난 요령이나 대피 동선같은 것만 만들어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른 시민 김모(87)씨는 "밖으로 빨리 나가기 쉽지 않은 몸인데다, 연기가 나면 더 취약해 화재에 대한 불안은 늘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지하철에서 화재·연기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이용객들이 몰리고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지하철 구조상 작은 불이 나도 대형 인명피해로 번지지 않을지 시민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시45분께 안산 단원구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당고개 방면으로 향하는 전동차에서 연기가 발생(8월7일자 9면 보도=운행중 4호선 전동차 탄내·연기 신고 소동)해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이 연기는 전동차가 과열된 선로 위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불이 붙진 않았지만 전동차에 타고 있던 시민 300여명이 하차해 대피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엔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수인분당선 기흥역 지하 2층 계단에서 연기가 발생해 100여명이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가 어렵고, 지하에서 연기가 빠르게 확산하는 특성상 발 빠른 안전 확보와 대피 안내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동차 내 모니터를 통한 사고예방·대피요령 안내뿐 아니라 지하철 곳곳에서 영상·음성 안내와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화재·연기 사고와 관련 인덕원역과 기흥역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매뉴얼을 통해 화재를 포함한 응급상황에 조치하고 있다"며 "이용객 대피 안전 확보를 최우선에 두고 소방과 경찰 등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하며,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열차운행 조정·인접역 포함 고객안내를 함께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