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환자, 경험 떠올라 몸서리도
"정부 지침 권고… 제대로 안지켜"

유명 정신과 의사 양재웅씨가 운영하는 부천시의 한 병원에서 손발이 묶였던 환자가 숨진 사건 관련해 경찰이 병원측 과실 여부 조사에 나선 가운데, 비슷한 일을 겪은 정신장애인들은 "정부 지침도 아랑곳 않는 정신병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30대 A씨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양씨가 운영 중인 부천 소재 병원에 입원했다가 17일 만에 숨졌다.

A씨는 사망 전날부터 복통 등을 호소했으나 변을 흘린다는 이유 등으로 격리됐고, 2시간가량 침대에 양손·발, 가슴을 묶이는 '5포인트 강박' 조치를 당했다. 이후 A씨는 배가 부풀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증상을 보인 후 의식을 잃고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병원 의료진의 과실 책임이 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A씨의 죽음을 접한 정신장애 당사자 B씨는 과거 입원 경험을 떠올리며 남의 일이 아닌 듯 몸서리쳤다.

24살에 처음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B씨는 "우울이나 공황장애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신 장애가 있는지 알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팔다리를 '4포인트'로 묶인 채 지남력(상황 인지능력)에 대해 답해야 했다"며 "강박 과정에 대한 의사 표현을 할 새도 없이 '꼼짝없이 죽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고 되짚었다.

실제 A씨 유족은 의료기록지를 토대로 병원측이 A씨를 격리·강박하는 과정에서 체온·맥박 등 측정값인 '바이탈 사인(생명징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을 보면 강박 시 최소 1시간마다 의료진이 환자의 활력 징후를 확인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족은 A씨의 배가 부풀고 호흡이 거칠어졌을 당시 강박만 해제하고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는 점에서 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신장애 당사자이자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쉼터 센터장은 "국내 정신병원의 일방적인 격리, 강박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가장 최근 실태조사라고 해도 2015년(국가인권위)에 이뤄진 게 전부일 만큼 현장은 방치돼 있다"며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고문과 다를 바 없는 병원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지침마저도 처벌 조항이 아닌 권고 수준인데 이를 제대로 지키는 병원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