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선감학원 희생자 개토 행사
김동연 지사 등 100여명 모여 추모
적극 진상규명·피해보상 다시 촉구
시 낭독·공연 이어져 억울함 위로
"드디어 좋은 곳으로 가겠구나."
8일 오전 10시께 안산시 선감동 선감학원 공동묘역.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그쳐 폭염이 일시적으로 한풀 꺾인 가운데, 풀벌레 울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잡초로 우거진 선감학원 공동묘역에는 번호가 매겨진 팻말과 작은 분묘들로 가득했다. 작은 능선에 꽂혀있는 팻말만 100여개에 달했다.
선감학원 인권침해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 행사를 앞두고 행사장은 고요함이 감돌았다. 피해자들은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다가도 묘역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굶주림과 가혹행위에 죽거나, 탈출하려다가 숨졌던 선감학원 희생자들이 50여년만에 빛을 보게 됐다.
직접 희생자들을 묻어줬다는 선감학원 피해자 신모(73)씨는 "6년동안 선감학원에 갇혀있었지만 죽은 친구들을 묻은 위치도 기억나지 않았다"며 "지난해 이곳에 와서 한참을 울었다. 고생 많이 했던 친구들이 지금이라도 수습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안산시 선감동 선감학원 공동묘역에서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유해발굴의 시작을 알렸다.
개토 행사는 유해발굴에 앞서 무사 안녕을 도모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행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임상오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장,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장 등 선감학원 피해자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동연 지사는 추모사를 통해 "유해발굴과 신원 확인을 다 마치면 어린 영혼들이 편히 쉴 곳을 찾아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소중히 모시겠다"며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선감학원 피해 어린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후 홍일선 시인의 추모시 '선감 유사' 낭독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경기도무용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선감학원 공동묘역에 묻힌 희생자들의 한과 억울함을 구성진 가락과 무용 공연으로 위로했다. 김 지사는 개토 행사를 마치고 관계자들과 묘역에 올라 분묘에 빵을 놓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유해발굴을 기뻐하면서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장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50년 넘게 묻혀있었던 희생자들의 유해를 발굴해서 다행"이라며 "선감학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게 되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아픔이 아직 치유되지 못했다. 국가가 나서야만 선감학원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감학원 피해자 이모(78)씨도 "피해자들도 이제 나이가 80대가 돼간다"며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도는 이날 개토 행사를 기점으로 희생자 분묘에 대한 유해발굴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