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1루외야측 지하에 문 연 '문학시어터'
배우 꿈꾸는 사람들 '인생 뮤지컬' 체험프로
2017년 현어진 극장장 부임후 참신한 변화
시민에게 감동 전해 줄 다채로운 기획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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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문학경기장은 인천 스포츠의 메카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전신이었던 SK 와이번스는 홈 필드로 사용한 문학야구장(현 SSG랜더스필드)에서 네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SSG 또한 창단 이듬해인 2022시즌 국내 프로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이 사상 첫 월드컵 16강을 확정한 곳으로 유명한 문학주경기장은 2004년 창단한 시민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옮겨간 현재 인천광역시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 사무처, 산하 경기 가맹단체 사무실과 훈련장이 들어섰다.

이와 같은 곳에 인천의 공공 소극장 '문학시어터'가 자리해 있다. 2010년 야구장 1루 외야측 지하에 문을 연 140석 규모의 문학시어터는 참신하면서도 퀄리티 있는 시즌별 기획 공연과 대관 공연들로 소극장 무대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공연자와 관객의 이분적 구조를 넘어서 공연자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소극장 무대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콘서트와 연극 무대뿐이 아니다. 올해 문학시어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뮤지컬 체험 프로그램 '뮤지컬 위드 미(MUSICAL with ME)'를 진행했다. 첫 시도였다. '공공' 소극장의 새로운 기획으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무료였다. 인천 출신의 크로스오버 싱어인 바리톤 안갑성과 뮤지컬 '어쌔신' '위대한 캣츠비'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뮤지컬 배우 김민주가 책임 강사로 나섰다.

1차 심사(서류와 영상)와 2차 오디션을 통해 최종 선정된 18명은 지난 4월 말부터 10주 동안 뮤지컬의 기초 호흡, 발성, 안무를 연습하고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경험까지 했다.

인생 황혼기를 맞아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와 자녀를 돌보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냈던 엄마를 비롯해 사춘기에 접어든 딸에게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40대 온라인 쇼핑몰 대표, 직장 생활 틈틈이 아마추어 극단에서 활동하던 청년 치위생사, 노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함께 참가한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직원, 배우를 꿈꾸는 국제학교 고등학생, 음악가의 길을 걷다 집안 사정으로 포기했으나 다시 도전하는 청년, 정년 퇴임한 전직 공무원 등이 교육 과정을 마치고 '인생의 뮤지컬' 무대에 섰다.

문학시어터의 '뮤지컬 위드 미'는 2기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올해 5월 문학시어터에선 원로 가수 김도향의 데뷔 55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렸고, '알쓸신잡' 등 각종 방송과 유튜브에서 과학과 인문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이권우 도서평론가,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가 출연한 '제2회 우주시민 페스티벌'도 개최됐다.

오는 29~31일에는 한국 대표 블루스 뮤지션 김목경이 큐레이팅, 단독 공연, 협연, 무대진행까지 '1인 4역'을 맡은 블루스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지난해 이맘때 개최된 '김목경 블루스 페스티벌'의 두 번째 시즌이다.

'블루스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이자 김목경도 존경하는 에릭 클랩튼이 공연 장소부터 아티스트 초청까지 총괄 기획해 개최하고 있는 '크로스로드 기타 페스티벌'의 방식으로 기획됐다. '블루스 페스티벌'은 블루스 밴드 활동을 하면서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적은 후배들을 위한 무대라고 김목경은 밝힌 바 있다.

올해 페스티벌도 김목경 밴드를 비롯해 베테랑과 신예 뮤지션들의 무대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진행될 예정이다.

문학시어터는 개관 초기 '공공'에 머물렀다. 관에서 주도한 이벤트 정도만 소화하는 형태였다. 공연 기획자이자 연출자로 활동한 현어진 극장장이 2017년 부임 이후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소 경직된 기획들이 현 극장장의 안목과 국내 문화계 인맥을 통해 참신한 기획으로 변모한 것이다.

시민이 문화 체험을 통해 무대에까지 선 '뮤지컬 위드 미' 2기를 비롯해 시민에게 감동을 전해줄 다채로운 문학시어터의 향후 기획들을 응원한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