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위 전남 드래곤즈가 승점 42(12승 6무 7패)를 기록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고 수원 삼성이 승점 40(11승 7무 7패)으로 3위에 자리하며 FC안양의 자리를 노리는 상황이다.
FC안양은 이제 리그에서 12경기를 남겨뒀다. 프로축구 세계의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두 달 정도만 잘 버텨 우승하면 역사적인 첫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루게 된다. FC안양은 지난 2022년 수원 삼성과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패하며 K리그1 승격의 문턱에서 좌절감을 맛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프로축구 최상위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감을 높인다.
FC안양의 선전은 한 구단의 K리그1 승격 도전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시민구단도 K리그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구단인 FC안양의 구단 운영비 대부분은 안양시가 지원한다. 그렇다 보니 기업구단들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다.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려면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우수 선수 영입이 곧 좋은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FC안양은 기업구단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그렇기에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 시즌 K리그2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FC안양의 질주는 대단한 것이다.
여기에 FC안양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의 구단에 대한 높은 애정도 현재 팀의 상승세에 한몫한다. '축구광'인 최 시장은 FC안양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최 시장은 시즌 초에 열리는 FC안양의 해외 전지 훈련장을 직접 찾는다. 또 홈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그의 모습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축구계에서는 최 시장의 FC안양에 대한 관심도가 '진심'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이 났다.
시민구단의 구단주인 해당 연고 지역 지자체장이 모두 최 시장처럼 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개막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만, 구단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지자체장이 대부분이다. 최 시장은 FC안양에 지극정성을 쏟으며 탄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FC안양은 이런 세심한 지원을 받으며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프로축구 구단들은 기업구단 형태와 시민구단 형태 두 가지로 이뤄졌다. 기존에는 기업구단인 수원 삼성, 전북 현대, 울산 현대(현 울산 HD)가 우승을 하며 리그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FC안양이 K리그2에서 선두에 오르며 신화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면 K리그1에서는 도민구단인 강원FC가 승점 50(15승 5무 7패)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만약 현 순위대로 강원FC와 FC안양이 1부리그와 2부리그에서 우승한다면 기업구단 위주로 흘러갔던 프로축구판이 시민 구단들의 시대로 바뀌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FC안양의 K리그1 승격은 인구 54만여 명의 안양시를 하나로 묶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FC안양이 올해 K리그1으로 승격해 기업구단 독주 체제였던 프로축구판에 균열을 냈으면 한다. 그래야 다른 시민구단들도 꿈을 꿀 수 있다.
FC안양의 K리그1 승격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형욱 사회부 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