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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사회부 기자
2024시즌 프로축구 K리그2 FC안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1일 기준 K리그2(2부리그)에서 24경기를 치러 승점 46(14승 4무 6패)을 기록해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전남 드래곤즈가 승점 42(12승 6무 7패)를 기록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고 수원 삼성이 승점 40(11승 7무 7패)으로 3위에 자리하며 FC안양의 자리를 노리는 상황이다.

FC안양은 이제 리그에서 12경기를 남겨뒀다. 프로축구 세계의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두 달 정도만 잘 버텨 우승하면 역사적인 첫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루게 된다. FC안양은 지난 2022년 수원 삼성과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패하며 K리그1 승격의 문턱에서 좌절감을 맛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프로축구 최상위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감을 높인다.

FC안양의 선전은 한 구단의 K리그1 승격 도전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시민구단도 K리그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구단인 FC안양의 구단 운영비 대부분은 안양시가 지원한다. 그렇다 보니 기업구단들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다.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려면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우수 선수 영입이 곧 좋은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FC안양은 기업구단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그렇기에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 시즌 K리그2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FC안양의 질주는 대단한 것이다.

여기에 FC안양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의 구단에 대한 높은 애정도 현재 팀의 상승세에 한몫한다. '축구광'인 최 시장은 FC안양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최 시장은 시즌 초에 열리는 FC안양의 해외 전지 훈련장을 직접 찾는다. 또 홈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그의 모습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축구계에서는 최 시장의 FC안양에 대한 관심도가 '진심'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이 났다.

시민구단의 구단주인 해당 연고 지역 지자체장이 모두 최 시장처럼 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개막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만, 구단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지자체장이 대부분이다. 최 시장은 FC안양에 지극정성을 쏟으며 탄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FC안양은 이런 세심한 지원을 받으며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프로축구 구단들은 기업구단 형태와 시민구단 형태 두 가지로 이뤄졌다. 기존에는 기업구단인 수원 삼성, 전북 현대, 울산 현대(현 울산 HD)가 우승을 하며 리그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FC안양이 K리그2에서 선두에 오르며 신화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면 K리그1에서는 도민구단인 강원FC가 승점 50(15승 5무 7패)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만약 현 순위대로 강원FC와 FC안양이 1부리그와 2부리그에서 우승한다면 기업구단 위주로 흘러갔던 프로축구판이 시민 구단들의 시대로 바뀌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FC안양의 K리그1 승격은 인구 54만여 명의 안양시를 하나로 묶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FC안양이 올해 K리그1으로 승격해 기업구단 독주 체제였던 프로축구판에 균열을 냈으면 한다. 그래야 다른 시민구단들도 꿈을 꿀 수 있다.

FC안양의 K리그1 승격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형욱 사회부 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