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이 숨진 화성시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 사고는 제품 불량을 무시한 채 공정을 밀어붙이고 공급업체로부터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해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23일 오전 10시30분께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수사 결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아리셀 인력공급업체인 한신다이아 경영자,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등 4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해 이날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박씨 등은 공장 제조 공정에서 안전 관리 책임과 보건 의무 등을 다하지 않아 3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다. 아리셀 공장에선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30분께 불이 나 23명(외국인 18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결과 아리셀은 올해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리튬전지 납품계약을 맺고 지난 2월말 8만3천여개의 전지를 납품한 데 이어 4월 말에도 같은 양의 전지를 납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규격 미달 판정으로 4월 납품분을 재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이어 6월분(6만9천여개) 납기일도 다가오자 아리셀은 지난 5월10일께 ‘하루 5천개 생산’이라는 무리한 생산 목표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종민 사고 수사본부장은 하루 5천개 생산량에 대해 “회사측도 만들기 힘든 용량인 것을 알면서도 (납기 압박에 따라) 선언적인 의미로 위에서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하루 5천개는 아리셀 공장의 일평균 생산량의 2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리셀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한신다이아(메이셀 전신)로부터 노동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았다. 이들은 비숙련 노동자들로 제조 공정과 안전관리 교육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채 생산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과정에서 제품 불량률도 늘어났다. 3~4월 2.2%였던 평균 불량률은 5월 3.3%, 6월 6.5%로 치솟았고 케이스 찌그러짐이나 전지 내 구멍 등 기존에 없던 유형의 불량도 새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아리셀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전지 겉 케이스를 망치로 쳐 억지로 결합하거나 구멍 난 케이스를 재용접하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생산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에는 미세단락(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의 충돌)으로 인해 전지에 발열이 생기는 것을 처음 인지해 정상 전지와 분리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했지만, 6월 이후에는 발열전지 선별 작업조차 중단하고 분리 보관하던 발열전지도 납품 대상에 다시 포함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화재 직후부터 수사본부를 편성, 아리셀 등 3개 업체 관련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4차례에 걸쳐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또 피의자 및 참고인 103명을 131회에 걸쳐 조사해 현재까지 이 중 18명을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