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시작, 성남·부천 등 조성
코로나 사태뒤 지자체 관심 저조
현장 반응은 만족… 중단 아쉬움
경기도가 지난 2017년 전국 최초로 고령친화마을 조성사업을 시작했으나 3년만에 사업이 흐지부지된 가운데, 도내 고령인구 비중은 여전히 커 사업의 재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만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수는 212만3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6%에 달한다. 앞서 지난 2022년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 대비 14%를 넘어 경기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도는 지난 2017년 노인 일자리 및 복지시설과 주거 안전장치 등 인프라가 집약된 고령친화마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카네이션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사업은 같은 해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을 시작으로 이듬해 부천시 원미구 원미1동에도 조성됐고, 2019년에는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으로도 이어졌다.
전국 최초로 시행된 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으나, 경기 카네이션 마을은 2020년부터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각 지자체가 질병 대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사업에 호응도가 떨어졌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신규 조성사업 공모 의사를 밝힌 일부 지자체는 본래 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게 인프라 구축보다는 소모성 물품 지원 등의 계획을 제출해 선정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에 도는 사업을 중단하고 카네이션 마을로 집약돼 있던 노인 복지사업을 각각 분산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카네이션 마을 조성사업이 중단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성남 산성동의 한 노인복지회관에는 일하러 나온 노인들로 가득했다. 카페 일부터 단순 포장 업무 등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일이지만 모여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체로 노인들은 즐거운 모습이었다.
이곳을 방문한 김모(78) 할머니는 "식사, 소일거리 등 다른 동네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에 참여한 성남시니어클럽 관계자 역시 "카네이션 마을 사업 예산으로 조성된 노인 일자리들은 호응이 좋아 사업 종료 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율전동의 한 노인복지회관에도 '카네이션 셀프빨래방'이라는 시설이 한눈에 보였다. 지역 내 취약 고령 계층을 위해 운영되는 이 빨래방은 노인들이 직접 빨래하기 어려운 이불 등을 대신 세탁, 건조해 돌려주는 시설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령 인구가 점차 늘어나며 시설 구축이 절실한데 사업이 종료돼 아쉽다"고 말했다.
도는 과거 카네이션 마을과 같은 집약적 형태는 아니더라도 고령친화도시 조성사업은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도 관계자는 "2020년 경기복지재단을 통해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지원 방안을 분석한 연구 자료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지원 계획을 세웠고, 세부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