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 한 공공기관 외주콜센터에서 교육생으로 일한 허모씨는 지난 7월 해당 업체가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교육비를 지급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 결과, 업체가 부당한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열흘간 하루 3만원 교육비에서 사업소득세 3.3%까지 뗀 총 29만원 가량을 받은 것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업체가 기본급(시간당 1만339원)을 적용한 임금차액 56여만원을 ‘근로자’인 허씨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시정명령이었다. 허씨의 노동자성이 인정된 건 지난 2000년 콜센터 교육생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행정해석이 나온지 24년 만에 처음이다.
콜센터 입사 전 교육을 명분으로 ‘프리랜서’ 취급을 받으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교육생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노동부 판단이 나온 뒤, 유사 피해를 입었다는 이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해묵은 행정해석을 바꾸고 더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위반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10일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든든한콜센터지부 등은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과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콜센터산업 교육생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과거 행정해석은 대법원 판례에도 배치되며 악용하는 업체들로 인해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낳는다”며 “법을 위반하고 정부 지원금을 돈벌이 수단으로 쓰는 업체들에 대한 근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콜센터 교육생 A씨는 “원청, 하청업체 소속 어디도 아닌 모호한 신분에 처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도 할 수 없다”며 무력감을 나타냈고, 다른 교육생 김모씨는 “업체는 교육기간을 버티면 정규직으로 채용해 주겠다며 희망고문하고,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하면 문제를 교육생 탓으로 돌린다”며 “최소한의 교육비도 갈취하고 (3.3% 사업소득세 등) 편법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게 현실인데, 이를 바로 잡아 달라”고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전국 콜센터 교육생 등 130여명이 허씨처럼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며 8개 지역 고용노동청에 집단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조는 콜센터 교육 등 정부가 집행하는 ‘사업주 직업능력 개발훈련’에 매년 4천억원 가량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지원받은 업체 현황 등 자료는 전무하다며 이에 대한 전수조사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채용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지원업체에 대한 제재와 함께 지원금 환수와 같은 강력한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