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40조 도로공사는 재정악화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과도 상충
일부 지자체 부담해 무늬만 공짜
추석 연휴기간인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안이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해당 기간동안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와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민자도로의 통행료가 면제된다.
하지만 설·추석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금액만 연간 1천억원을 넘어서는 만큼 '혈세'를 이용한 정치권의 생색내기용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자체에게 재정부담을 지우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그래프 참조
도공에 따르면 2017년 추석부터 시행되면서 올 설 연휴까지 면제된 고속도로 통행료는 5천423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따라 2020년 추석 연휴부터 2022년 설 연휴까지 2년 동안은 정상수납이 진행된 것을 제외하면 연간 면제금액이 1천100억원에 이르고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에 이자비용만 하루 27억원을 내고 있는 도공으로서는 설·추석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통행료 면제로 인해 고속도로 통행료 수입 원가보상률(2023년 기준 78.0%)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래세대에 부채를 물려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시행함에 따라 주무관청이 경기도인 일산대교,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 제3경인 고속화도로 등 민자도로 3곳과 비봉~매송간 민자고속화도로도 추석 연휴기간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일산대교 3억8천만원, 제3경인 고속화도로 10억3천만원,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 5억3천만원 등 19억4천만원 가량의 통행료가 면제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3개 도 민자도로의 면제된 통행료는 정산절차를 거쳐 내년 경기도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게 되고 비봉~매송간 민자고속화도로는 화성시가 부담해 무늬만 공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명절마다 시행하는 통행료 면제에 대해 대중교통정책과 상충되고 명절근무자 및 고속도로 미 이용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공기업의 재무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대한 경제성 분석(B/C) 결과, 2028년 B/C가 0.31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동희 가천대 행정학 박사는 "명절 연휴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정책은 유료도로를 운영하는 전 세계 국가 중 한국과 중국에서만 시행되는 제도"이라며 "점진적으로 면제기간 축소나 통행료 할인을 고려한 후 제도 폐지나 대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