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욱_인천본사_정치부_기자.jpg
조경욱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인천시민이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고등법원으로 가야 한다. 인천에 고등법원이 없는 탓이다. 섬 지역이 많은 인천 특성상 원정 재판에 최대 이틀이 소요되기도 한다.

인천시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당시 지역 법조계를 중심으로 공론화가 이뤄졌고 선거철이 맞물려 정치권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출발점은 '서울고법 원외재판부' 설치 요구였다. 인천지방법원에 서울고법 재판부를 설치해 인천시민들이 이곳에서 항소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 3월에서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가 설치됐지만, 민사·가사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하는 합의부만 운영돼 형사·행정 합의부 사건 항소심은 여전히 서울에서 진행된다. 근본적 해결책은 인천고등법원 설치였다. 지역사회에서 인천고법을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졌다. 제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인천고법 설치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고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지난 4년간 노력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인천지역 항소심 사건은 2019년 1천844건, 2020년 1천946건, 2021년 2천471건, 2022년 2천713건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인구 10만명당 항소심은 58.9건으로 부산(49.2건), 광주(48.6건), 수원(49.2건), 대전(44.7건), 대구(37.7건)를 뛰어넘었다. 인천에서 항소심 접수 후 재판 시작까지 평균 306일이 걸려 타지역(평균 220일)보다 3개월가량 지연되고 있다. 전국 광역시 중 인구수는 두 번째로 많지만 인천만 유일하게 고등법원이 없다.

22대 국회에서 인천고법 설치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다시 상정됐다. 지난 2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세종지방법원 설치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지만 인천고법 법안은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더 이상 인천고법 설치를 외면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인천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여야 가릴 것 없이 힘을 모아 정쟁이 아닌 인천의 발전을 위한 해답을 도출할 때다.

/조경욱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