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부모 없이도 지역에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야죠."
지난 3일 20대 발달장애인 형제를 홀로 돌보던 60대 남성 A씨가 세상을 떠난(6월7일자 9면 보도=20대 발달장애 형제 한평생 돌본 부정… 경제적 고통에 악재 겹쳐 극단적 선택) 뒤, 안산 지역사회가 보호자 없이 남겨진 두 형제의 자립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부모의 부재에도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이다.
22일 안산단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 따르면 안산지역 5개 장애인단체는 최근 부친을 잃은 20대 발달장애인 형제를 돕고자 민간영역의 '사례지원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형제가 지역사회에 무사히 정착하는 데 필요한 활동지원 서비스 등을 안산시와 협의해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호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게"
안산 5개 단체, 사례지원팀 구성
현재 이들 형제는 오전과 낮시간에 주간보호센터 등에 갔다가, 오후엔 활동지원사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 저녁시간을 보낸다.
A씨 생전에는 두 형제에게 각각 140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가 제공됐다. 현재 이들 형제에겐 540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이 각각 부여됐는데, A씨가 부담하던 400시간 만큼의 돌봄 시간을 활동지원사가 넘겨받아 형제의 생활을 돕고 있다.
늘어난 지원 시간에 대한 비용은 안산시 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이른바 '24시간 지원체계'가 기초단체인 안산시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안산 지역사회는 이들 형제가 무사히 자립하는 모습이,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희망으로 작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발달장애인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을 소망하는 부모들에게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도 발달장애인 자녀들이 홀로서기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숨진 A씨 역시 돌봄 부담을 토로하면서도, 두 형제가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길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친 잃은 20대 형제 돕기 나서
540시간 활동 지원 서비스 부여
늘어난 비용은 市 예산으로 충당
문순덕 함께꿈꾸는세상 이사장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삶의 질까지 고려해 아이들이 부모 없이도 지역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부모들의 희망도 이 지점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김병태 안산단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라는 정책 방향을, 지역에서 먼저 구체화해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할 예산, 인력 등이 아직 부족하지만, 안산시와 협의를 통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이 같은 요구에 응답한 안산시도 추가적인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곧 발달장애인지원위원회를 열어 두 형제 사례를 포함해 발달장애인 지원과 관련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