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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흥 사회교육부 기자
지난 3일 저녁 10시 안산의 한 장례식장 앞. 심호흡을 두어 번 하며 떨리는 마음을 덜어낸 뒤, 비로소 빈소로 걸음을 옮겼다. 7시간 전쯤 발달장애인 형제를 홀로 키우던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에게 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최근 발달장애인 자녀가 속한 가정의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던 터였다.

아직 조문객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빈소에는 이미 안산지역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자리를 지켰다. 이 중에는 발달장애인 형제의 아버지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들도 있었다. 60대 남성의 가족과 지인은 그가 평소 두 형제를 돌보며 힘들어했던 기억을 꺼냈다. 이들은 남성을 먼저 떠나보낸 안타까움과 슬픔,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토로했다. 남은 형제에 대한 걱정도 함께였다.

두 형제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건 2주 정도 지난 후였다. 빈소에서 만난 장애인단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형제의 근황을 물었다. 이 관계자는 지역사회가 형제의 '자립'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안산지역의 몇몇 장애인단체는 형제를 도울 민간영역의 '사례지원팀'을 구성했고, 안산시는 형제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의 활동지원 시간을 자체 예산으로 투입해 '24시간 지원'이 가능한 토대(6월23일자 7면 보도)를 만들었다.

안산 지역사회는 이들 형제의 자립을 돕는 행위를 '사회적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거나 그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은, 부모에게 과도한 돌봄 부담을 지우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문제의식이다. 부모의 부재에도 발달장애인 자녀가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지역사회의 강력한 의지가 발현된 움직임이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돌봄을 포기한 다른 가족 대신, 지역사회가 두 형제를 품어보겠다고 한다. 초연결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 새삼 지역사회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웃의 안위를 생각하는 존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나마 지역사회란 이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낸다.

/배재흥 사회교육부 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