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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은 사회부 기자
왜소한 체구를 가진 한 여성이 법정에 들어섰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살인 혐의였다. 그는 발달장애 자녀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우리 사회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크고 작은 송사로 법정을 찾는 이들의 분쟁을 접하다 보면, 그들의 범행을 막지 못한 사회 시스템 부재를 떠올리게 된다. 이 지경까지 온 데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무관심은 무관심을 부르고, 불신이 불신을 낳다 보면 가족도 이웃도 원수가 된다.

수원지법은 예외적으로 이 사건 피고인에게 법정 권고 형량보다 낮은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참작해 이처럼 결정했다. 가정을 보듬지 못한 사회 시스템 부재를 짚으면서도 생명 존중 가치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살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으며 피고인에 대한 사회적 격리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분쟁을 해결하는 실마리는 대개 본질적인 문제를 돌아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고 직후 이 사건 변호인에게 다시 한번 연락했다. 피고인은 법정 권고 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았음에도 항소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는 변호인의 우려와 달리 꼭 다시 한번 재판을 받고 싶다며 먼저 입장을 전해 왔다고 했다. 친모는 이미 1심 재판부에 수십 건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 다시 한번 소명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생활고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를 비관해 8년간 홀로 돌봐온 아이를 친모가 숨지게 한 사건이다.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애지중지 길러온 자녀와 함께 세상을 등지려 수차례 결심해왔던 친모. 범행을 저지른 뒤 그가 법정에 서기까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이 사회는 더 이상 '사회'로 존립할 수 있을까.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