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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의왕시 내손동 발달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 '두들'에서 발달장애인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2022.7.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복지관과 치료센터 오가는 일상
과연 자립에 도움될까, 고민에서 시작했다
 

발달장애인들의 하루엔 빈틈이 없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정해진 시간에 따라 치료·재활센터에 다닌다. 이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온 대안학교 특수교사들은 고민을 시작했다. 복지관과 치료센터를 다니거나 집에서 머무는 발달장애인들의 생활이 과연 이들의 삶에, 자립에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이었다.

가족의 보호 아래, 센터 중심으로 살아가는 발달장애인의 일상에 빈틈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이 섰다. 활동가 진영아씨는 "장애청년들도 여가를 즐기고, 그 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두들'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매일 학생·성인 모여 시간 공유
요리·놀기 등 하고픈 일에 집중
배움·삶 연결 자립 실질적 도움

의왕시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두들'에는 매일 발달장애인들이 모인다. 평일에는 학교가 끝난 학생들이, 주말에는 성인들이 모여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빼곡한 일정으로 운영되는 일반 복지관·센터와 달리 두들에는 정해진 일정이 없다. 발달장애인들은 그날 먹을 음식을 직접 요리하기도, 누워서 쉬기도, 밖으로 나가 놀기도 한다. 모두 발달장애인들이 '그 순간 하고 싶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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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의왕시 소재 발달장애인 사회적기업 '두들'에서 발달장애인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2022.7.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채소 썰기부터 마지막 양념까지 '직접'
요리 무서워하더니 어느덧 '밥 담당'
"사회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날 오길"

대신 배움과 삶을 연결해 자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두들을 찾은 발달장애인들은 그날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든다. 지난달 30일 학교가 끝나고 두들을 찾은 발달장애인 민재(가명)가 쌀을 씻은 뒤 제법 능숙하게 쌀을 안쳤다. 요리시간을 무서워하던 민재는 이제 '밥 담당'이 됐다.

이날 메뉴는 순두부 찌개. 아이들은 채소 썰기, 밥 짓기, 양념 넣기 등 역할을 분담해 요리를 완성해냈다. 두들은 최근 성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낭만자립식탁'이라는 요리수업을 개설하기도 했다.

진씨는 "일반 센터에서는 요리를 다 해놓고 마지막에 양념만 넣는 것을 시키는 식이라면, 두들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하게 돕는다"며 "처음에 칼이 무서워 주방에 오지 않으려 하던 아이들도 요리를 곧잘 하고, 다 먹은 후엔 설거지까지 한다"고 말했다.

두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날을 꿈꾼다. 이들의 삶에 자연스러운 빈틈이 생기는 날을 꿈꾼다.

진씨는 "지역사회 안에서 의미 있는 통합이 이뤄지길 바라며 매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모여 연극공연을 하거나,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지역축제에 참여하고 있다"며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잠깐 쉬어가는 일반 아이들처럼 발달장애인들의 빼곡한 일상에 의미 있는 빈틈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