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이 초래한 유례없는 집중 폭우로 난데 없이 반지하 주택 대책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가운데 국토부도 16일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에 반지하 주택 대책을 포함시켰다. 서울시는 향후 20년에 걸쳐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토부는 반지하 등 재해 취약주택 거주자의 공공·민간 임대주택 이주 지원과 주택 개보수 지원을 강조했다. 여당 서울시장과 정부 주무부처 장관이 동일한 정책 현안에 온도 차이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대책은 시장주의에 역행하고 편파적이고 지역이기적이다.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은 20만가구에 달한다. 경기도에도 약 8만8천세대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한다. 전국 규모는 더 클 것이다. 이미 부동산 거래 시장에 포함된 주택들이다. 임대차 시장에서 임차인을 없애는 정책을 펼치면 임대인들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반지하 주택 거래시장의 특성상 임대인의 경제적 사정도 임차인 만큼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옥탑방을 비롯해 반지하만큼이나 열악한 주택들 중 유독 반지하에만 지원을 집중하는 것은 명백한 정책적 차별행위이다. 이와 함께 반지하 주택 멸실 정책이 서울시 단독으로 시행된다면 염치 없는 지역이기적 발상이다. 반지하 주택 대책이라면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차별 없이 시행돼야 마땅하다. 이번 폭우로 수도권에서 수해를 입은 반지하 주택들이 속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가구에 비하면 미미한 피해이다. 반지하 주택 일몰 정책으로 호들갑을 떨기엔 침소봉대가 너무 심하다.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양질의 거주환경 지원은 복지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반지하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열악한 주택 거주자들에게 공공·민간 임대주택을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는 정책은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다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지부진한 것이 문제이다. 이를 신속하게 진행시킬 정책적 결단과 속도가 중요하지, 이슈가 된 반지하 주택에 정책을 집중시키는 것은 포퓰리즘에 가깝다. 국토부가 현실성을 따져 서울시 입장에 시큰둥한 이유이다.

서울시의 반지하 주책 일몰 대책은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닮았다. 침수 주택에 대한 방수시설 지원 등 수해예방 대책으로 대응할 일을 부동산 정책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본말이 뒤집힌 논란을 초래했다. 서울시가 윤석열 정부의 약점인 취약한 정책 조율 기능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