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50만명 정보 부족 어려움
'화장품 집중' 식약처 인증 없어
서울 맵 공유, 경기도는 수원만
"계란·다진고기 빼달라 요청"

10월1일 '세계 채식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수원의 한 채식뷔페식당에서 만난 정모(36)씨는 "속이 예민해서 이곳을 종종 찾는다"고 전했다.
보통 집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채소 위주로 조리해 먹고 외식을 할 땐 동물성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식당에 가곤 하지만, 적절한 식당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정씨는 "집 주변은 시행착오를 겪어서 경험적으로 알지만, 다른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밥 먹을 곳을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채식 인구가 과거에 비해 늘어 국내 전체 인구 대비 5% 가량을 차지하면서 음식점들도 비건 메뉴를 추가하는 등 변화에 발맞추고 있지만, 비건 식당에 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해 채식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5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육류·유제품·달걀·꿀 등 모든 동물성 원료를 먹지 않는 비건뿐 아니라, 때때로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면서도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한 수치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채식을 하는 이유는 건강(73%), 환경 보호(29%), 동물 보호(20%)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는 비건식당에 부여하는 공식적인 인증은 따로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받은 한국비건인증원이 검증 역할을 일부 담당하지만, 화장품 등의 제품에만 집중돼 있다. 이에 채식인들은 앱이나 SNS 등을 활용해 주로 식당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토로한다.
이날 채식뷔페 식당에서 만난 비건 김모(29)씨는 "주로 앱을 활용해 식당을 찾는데 사람들의 참여 위주로 정보가 만들어지다 보니 세부적인 확인도 어렵고 틀린 정보도 많다"며 "배경 정보로만 확인하고 메뉴, 재료, 영업 유무 등은 다시 검색해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의 경우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지도 형태로 비건식당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수원시에서만 자체적으로 식당 정보를 제공할 뿐 별도의 창구가 따로 없다.
남양주에 거주하는 성모(55·비건)씨는 "경기도는 비건식당 자체가 별로 없고 거리도 멀어서 보통 비빔밥을 판매하는 한식당에 들어가 계란이나 다진고기 등을 빼달라고 요청해 먹는다"며 "서울과 제주도는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편인데, 경기도는 잘 모르는 지역을 가면 일일이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5년마다 수립하는 '경기도 지역먹거리 계획'에 다양성 분야로 채식이 포함돼 있다"며 "현재 만들고 있는 기본계획 초안에 비건식당 데이터를 정리해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