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공모에도 선사들 줄포기
선박 건조 등 인천시에 요구
市, 비용부담에 공영제 우려
2029년 백령공항 개항도 변수
인천항과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오가는 대형여객선 도입 사업이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주민들은 첫 공모가 진행된 2020년 2월부터 대형여객선 선령 만료(2023년 5월)에 대비한 대체 선박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2022년까지 진행된 1~5차 공모가 모두 무산됐고, 그 사이 당초 뱃길을 지키던 유일한 대형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2천71t)를 운영하던 선사는 지난해 3월 폐업했다. 이어진 7~8차 공모 역시 결과는 같았다. 올해 9차 공모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선사가 끝내 사업을 포기했다. 대형여객선 선사 공모를 아홉 차례 주도했던 옹진군은 인천시에 선박 직접 건조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 인천~백령·대청·소청 항로를 운항하는 배는 코리아프라이드호(1천600t)와 코리아프린세스호(534t)인데 하모니플라워호보다 규모가 작고 차량을 싣지 못한다.
서해3도(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은 대형여객선 도입 9차 공모 무산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2일 인천시청에 방문했다. 이들은 “ 여객선이 통제돼 2~3일 뱃길이 묶이면 표 한 장을 구하려고 새벽 2시부터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며 “한솥밥 먹으며 지내던 이웃들조차 피 튀기는 눈치 싸움을 하며 대기표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서해3도 주민들의 비참한 삶”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서해3도민의 발이 되는 대형 여객선 도입을 인천시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가 신규 선박을 건조하거나 중고 여객선을 도입하고, 공백 기간 임대선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인천시가 주도적으로 나서 서해3도 주민들의 해상 이동권을 지켜줘야 한다”며 “‘서해5도에 사는 것 만으로 애국자’라며 사탕발림만 하지 말고 걸맞은 대우를 해달라”고 했다.
인천시는 신규 대형여객선 건조 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운 업계에 따르면 2천t급 대형여객선 건조에 500억~8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시와 옹진군이 국비를 끌어와 신규 건조 비용을 부담해도 운영·관리 주체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인천교통공사나 옹진군 등에서 도맡아 안정적으로 운영을 이어가는 공영제가 주민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식이지만, 공기업 부채 확대 우려를 비롯해 다른 민간운영 항로와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공영제는 어렵다는 게 인천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형여객선 신규 건조에는 통상 4년이 소요된다. 9차 공모 무산 이후 대책이 세워지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 선박 도입보다 오는 2029년 개항하는 백령공항 여객기가 먼저 뜰 전망이다. 이 경우 백령항로의 이용객이 감소해 운영 선사를 찾기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심효신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형 여객선을 빠르게 도입하길 원한다. 이후 안정적으로 운영을 이어가 현재처럼 공백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옹진군의 능력 부족으로 공모가 9차례 무산됐다. 이제 인천시가 나서달라”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재공모와 선박 신규 건조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인 단계”라며 “신규 건조의 경우 대규모 재원과 시간의 소요, 국비 확보 여부 등이 쟁점”이라고 했다. 이어 “백령공항 개항에 따른 관광객 증가로 차량과 물류 이동이 더 많아져 여객선 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