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중점관리 대상' 지정 전무
기준 불투명 이유… 관련법 외면
"법률 개정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경기도 도심 곳곳에 지반침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법적으로 '지반침하 중점관리 대상'에 지정된 시설이나 지역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지자체들은 지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대상 지정에 소극적인 상황인데, 자칫 우려되는 지반침하 인명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법률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도내에서 하수관 손상, 굴착공사 부실 등으로 수미터 깊이의 지반침하 사례가 총 86건 발생했다. 발생 깊이는 0.05~4.5m, 폭은 0.4~17m 수준이었다. 하지만 도내 31개 시·군 중 지반침하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하안전법에 따르면 지하시설물 관리자는 '긴급복구공사 완료', '안전점검 결과 지반침하 우려 발생', '지반침하 위험도 평가 실시 명령 접수'의 경우 해당 위험도 평가 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는 위험도를 검토한 뒤 지반침하 중점관리 대상을 지정·고시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지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만 내세우며 위험 지역이나 시설물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한 건물 지하층 콘크리트 기둥이 지반침하에 따라 크게 파손되며 시민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앞서 위험도 평가 등은 실시되지 않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반침하 발생 사례는 있지만, 위험도 평가 대상은 아닌 것으로 봤다"며 "위험도 평가나 중점관리 대상 등 기준이 수치로 명시되지 않아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관련 법률상 지반침하로 인한 인명피해 등 사고 방지를 위해 중점관리 대상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중점관리 대상이 되면 해당 시설 혹은 건물에 위험 표지판이 설치되고 침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시설물 사용 제한이나 긴급 보수 등을 진행해야 한다. 또 관련 정비계획도 세워야 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관련 법률 가운데 '지반침하 우려가 있는 지역' 등 중점관리 대상 기준이 실제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며 "지반침하 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국회나 정부에 요구하는 등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석기자·김태강수습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