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간병 문제가 개인과 사회의 불안 요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데다 내년 초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을 앞두고 더더욱 그렇다. 노인뿐 아니라 가족 중 간병·돌봄이 필요할 경우 일차적으로는 가족이 부담을 안게 된다. 간병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독박간병, 간병실업, 간병파산이라는 서글픈 신조어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유다. 간병은 개개인이 짊어질 비극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복지시스템으로 책임져야 할 과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국내 연간 사적 간병비 지출 규모는 2008년 3조6천억원에서 2018년 8조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평균 간병비도 2018년 8만7천원에서 2023년 7월 기준 12만7천원으로 갈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수원시 권선구 한 빌라에서 60대 아내를 살해하려 한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십수 년간 말기암 아내의 병간호를 해오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자 꿈에도 안꿨을 범행에 이른 것이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투병 중인 가족을 살해했거나 함께 목숨을 끊은 '간병살인'은 173건으로, 사망자는 213명에 이른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지난 2013년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으로 시작, 2015년 건강보험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745개 기관에서 7만6천125개(상급종합병원 8천705개·종합병원 3만8천994개·병원 2만8천426개)의 병상이 운영되고 있는데, 기관당 병상수는 100병상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공적 간호간병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간병비의 급여화와 내년 3월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경기도는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 '간병 SOS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4일 노인의날을 맞아 저소득층 노인 간병비 연간 최대 120만원 지원과 AI시니어 돌봄타운 및 늘편한 AI케어 등 AI를 통한 돌봄사업 실시를 약속했다. 좋은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제도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준비해야 한다. 허술한 사회 안전망은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가족의 간병으로 일상이 무너지고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일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