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 조성을 위한 매립 공사가 시작된 지 30년이 흘렀다. 1994년 9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송도 앞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알토란 같은 땅은 2003년 우리나라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며 인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반면 신·구도심 간 양극화, 갯벌 매립에 따른 환경 파괴 논란, 애초 계획을 벗어난 개발 중심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 건립 등은 성과 이면의 그늘이다.

인천은 송도 매립을 기점으로 도시계획·산업·환경 등 도시 여러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기존 인천의 도심은 바다를 매립해 새로 만든 도시인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로 확대되며 다핵(多核) 구조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제조업 중심 도시에서 벗어나 바이오·첨단 물류·반도체 등 더 고도화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는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는 국내 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송도 앞바다 매립을 시작으로 만들어낸 이 같은 성과 이면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경제자유구역의 개발 이익이 인천 도심 전반에 흘러넘치게 하겠다던 낙수효과는 실종됐고 신·구도심 간 격차는 더욱 벌어져 인천 지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교육·문화·경제 등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모든 분야에서 벌어진 격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80% 넘게 완료된 시점에 또 다른 30년을 준비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개발 완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투자 유치 용지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대단위 아파트 개발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송도 매립 당시 기획자 역할을 했던 박연수 전 소방방재청장은 송도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모델로 기획했던 도시가 '아파트 숲'처럼 돼 버려 안타깝다는 것이다.

송도 매립 착공 30년을 맞은 올해,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거창한 말이나 청사진이 아닌 현재 인천의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평가해 현실 가능한 로드맵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최기선 전 인천시장은 자서전에서 송도 매립 기공식이 열렸던 그날을 '인천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날'로 기록했다. 송도 매립 30년, 지금 인천은 또 다른 역사를 열기 위한 출발선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