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시공 중이던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원스트라이크 아웃'과 '전관업체 수주 원천배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LH 건설현장에서 철근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일정 기간 LH 사업의 수주를 제한하고, '전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2급 이상 고위 퇴직자가 취업한 업체의 LH 사업 입찰 참가 또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를 대폭 강화해 이권 카르텔 형성 기반을 원천적으로 없애겠다고도 했다.
문제의 핵심이 LH의 독점적 지위와 전관 카르텔 그리고 미흡한 감리체계 등 '부실의 3종 세트'에 있다고 진단하고 내린 처방이었다. 새 정부 집권 초기이기도 해서 또 한 번 속는 셈 치고 믿어보자 했다. 하지만 결국은 또 한 번 속은 꼴이 됐다. 당시 정부의 의지는 강고했을지 모르나 현장에선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밝힌 LH와 조달청 자료분석 결과를 보면 조달청이 LH의 요청으로 체결한 공사, 설계, 감리 등의 계약 65%가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당시 부실시공 원인을 제공한 업체들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가 전관업체로 지목했던 A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붕괴된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의 감리업체로 그해 9월 경기도로부터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A사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의 감리업체 중 한 곳이기도 해 올해 3월 경기도로부터 다시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조달청이 진행한 감리업체 선정에서 지난달에만 68억원 상당의 공공발주 사업 계약 2건을 따냈다.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안전 위반업체 제한과 전관업체 배제 제도 등 강력한 규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에겐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한다. 해당 업체들은 행정소송을 걸어 영업정지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무력화시킨 뒤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을 악용해 LH 사업의 수주를 계속하고 있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행정소송의 악용과 남용을 그대로 두고선 백약이 무효다. 부실시공을 막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회와 행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쥐구멍'을 막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