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기도의료원장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인사청문회 없이 무혈입성했다. 둘 다 인사청문 대상이지만 경기도의회 파행 운영으로 인해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하면서 결국 청문회 진행 없이 임명된 것이다. 도의회가 집행부 인사권 견제·인사 투명성 확보라는 핵심 직무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2014년 9월, 도의회는 도와 협치의 상징으로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최초로 공공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했다. 이후 많은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능력 검증을 해왔지만 10년 만에 처음으로 청문회가 '무산'되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두 기관장 모두 검증할 대목이 적지 않았던 터라 인사청문을 불발시킨 도의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앞서 도는 지난 8월29일 도의회에 2개 공공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K-컬처밸리 사업 협약 해제 문제로 도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갈등을 빚으면서 국민의힘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등의 여파로 인사청문 요청안 회부일로부터 20일 이내(9월18일)인 1차 기한까지 청문회를 열지 못했다. 이후 관련 조례에 따라 도지사는 지난달 20일 인사청문을 재요청했으나, 인사청문특위 구성이 불발되면서 2차 기한(9월30일)을 또다시 지키지 못했다.
K-컬처밸리 협약 해제에 따른 행정사무조사 안건 처리 관련 갈등이 주원인이었지만 이외에 인사청문위 구성 등 청문회 관련 조례 개정에 대한 이해 부족, 특위 위원 선정 관련 당내 갈등, 해외 출장 등 의원별 개인 일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야가 청문회 관련 의사일정 조율에 실패한 것이다.
도의회가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기한까지 보내지 않을 경우 도지사는 청문 절차 없이 공공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다. 도는 도의료원장의 경우 비상경영 체제와 산하 6개 병원장 선임 등의 이유로, 시장상권진흥원장은 올 초부터 공석인 상태라 임명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각각 임기 3년, 2년으로 지난 8일 임명했다.
결국 도의회의 인사청문회 무산으로 1천300여만명 도민 건강과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장들에 대한 검증 기회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도의회 내부 문제로 아예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의회 여야는 부끄러움과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여전히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