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문제로 여야의 공방이 끊일 줄 모르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씨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명씨와 관련된 여권의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고 그의 발언을 단순히 허장성세로 치부하기에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국정감사에서 명태균·김대남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들이 불출석하면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가 요원해지고 있다.
결국 명씨에 대한 수사로 사안의 본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여권의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기 바쁘고, 설상가상으로 김 여사 리스크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명태균씨의 각종 의혹이 여권을 최대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언론에 쏟아지는 명씨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다. 그렇지만 상당수 여권의 정치인이 명씨와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물론 직·간접의 관계를 맺었던 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명씨가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하여 공천이나 여타의 국정 현안에 실제적 영향을 끼쳤느냐의 여부이다. 실제로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경남지사와 강원지사 후보 공천에 개입한 증언도 제기된 마당이다. 이런저런 얘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명씨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이 숨죽이는 형국이 되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의 해명이나 납득할만한 설명은 빈약하기만 하다.
이런 여권의 위기 앞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도이치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발언에 친윤 인사들이 '여론재판을 하자는 것이냐'는 취지로 반박한다. 그만큼 민심을 읽지 못하고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김 여사 의혹이나 민심 이반을 초래하는 이슈에 대해 진전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독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통령실이 각종 의혹에 대해 떠밀리듯 대처하거나 이마저도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국정 리더십의 공백을 초래할까 우려된다.
'명태균 게이트'로 비화하기 전에 윤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약속하는 등의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적어도 이번 주에는 명태균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의 정확한 입장과 대처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