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업체'로부터 피해 접수 급증
대부분 첫 구매, 정보 비대칭 지적
다수 소규모, 자금난 취약도 원인
"건실기업 육성, 정부 지원 필요"
다음 달 결혼을 앞둔 김모(32)씨는 결혼식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신랑의 예복을 계약한 업체가 돌연 폐업을 공지하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예복은커녕 계약금을 포함한 선납금 230만원 역시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김씨는 예복 계약 당시 만난 직원 번호로 연락을 해봤지만, 퇴사해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모인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이미 해당 업체는 직원 임금까지 체불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접했을 뿐이다.
최근 예복업체 '먹튀' 사건이 발생해 수백 명의 피해자를 양산(10월14일자 7면 보도=예복업체 대표, 또 폐업후 잠적… 수백명 피해 호소)하는 등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웨딩업체 '사기주의보'가 퍼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월 발표한 결혼준비대행서비스 피해구제 현황을 살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결혼식이 본격 재개된 2021년부터 접수된 피해 사례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21년 92건에서 이듬해 152건으로, 지난해에는 235건까지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로는 '정당한 환불 요구 거부', '과다한 위약금 부과', '계약 외 별도 추가 비용 요구' 등을 비롯해 이번 김씨의 사례처럼 '계약 불이행'도 있다.
신혼부부들은 공통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웨딩업체와의 계약 특성상 절대다수의 고객이 사전 구매 경험 없는 소비자이고,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 역시 상당수 업체에 의해 작성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성남에 거주하는 한 예비 신부 박모(29)씨는 "계약을 할 때마다 속는 기분이 들지만, 타 업체와의 정보 비교를 철저히 막고 있다"며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웨딩 시장이 예비부부들에겐 너무 불리하다"고 토로했다.
웨딩업체 대부분이 영세 사업자로 운영돼 자금 운용상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 또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결혼식의 필수 조건으로 불리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의 경우 대부분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자영업자거나 5인 미만의 사업장"이라며 "일부 사업자의 경우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면 폐업한 뒤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다시 사업을 재개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당국의 체계적인 시장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부실하거나 소비자 피해를 유발시키는 업체와 대표자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웨딩 산업 지원 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이 믿을만한 건실한 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