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한에 '상환 의무' 강조
김정은 지시 "경협 지우기" 일환
軍, 접경지 안보관광 중단 등 조치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면서, 마지막 남은 남북 경제협력 프로젝트마저 존재가 손실됐다. → 그래픽 참조
외신은 이들 도로가 남북한 '데탕트(긴장완화) 시대'의 상징물이었다고 전했는데, 북한이 남한과의 단절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같은 대남기구 등 통일 조직을 해체 시킨데 이어,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마저 끊어버린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라 연초부터 진행해온 '통일 지우기' 작업이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남북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매우 비정상적 조치"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 경의선·동해선 의미는?… 폭파된, 국민 세금 1억3천만 달러
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한반도 서쪽과 동쪽에서 남북을 연결하던 길이다.
경의선은 서울역에서 출발해 고양과 파주를 거쳐 북한 개성, 평양, 신의주로 이어진 총연장 499㎞ 철도다. 애초 1906년 일본이 개통했다.
동해북부선으로도 알려진 동해선은 1937년 개통돼 양양∼원산 구간 180㎞를 이어주던 철도로, 금강산이 구간에 포함된다.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동해선 철도, 그리고 철도와 함께 난 육상 도로의 재연결은 그간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 도로와 철도에는 우리 국민 세금이 투입됐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는 우리 정부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차관 규모는 2002∼2008년에 걸쳐 1억3천290만달러 상당으로, 현재 환율 기준 1천800억 원에 달한다.
명목상 빌려주는 돈인 차관이라고는 하나 북한은 지금까지 이 돈을 갚은 적이 없는 데다, 이번에 폭파까지 해버렸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돼 온 대표적 남북협력사업으로 북한 요청에 의해 총 1억3천290만 달러에 달하는 차관 방식의 자재 장비 제공을 통해 건설된 것"이라며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 북한은 왜?… 통일지우기 작업 일환. 금강산·개성공단에 이어 연결도로까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시작으로 50년 넘게 이어진 남북 관계를 단절하는 이러한 조치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천명한 것에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통일과 관련한 흔적을 모두 지우라고 주문하면서 그 예로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경의선 북측 구간을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끊어놓으라고 지시했고, 실제 이는 9개월 뒤 행동으로 이어졌다.
남북연결 철도·도로는 어차피 방치된 상태인데 굳이 폭파까지 한 것은 남북관계가 완전히 끝났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남북 육로 연결 사업은 김일성 주석의 관심 분야로, 이번 조치는 김정은이 조부의 유훈을 거스르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금강산 관광사업은 2002년 육로 관광까지 성사됐으나 2008년 7월 우리 관광객 피격 사망으로 중단된 후 재개되지 못했다.
북한 당국의 금강산 남측 자산 몰수에 이어 2019년 시설물을 철거했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첫 삽을 뜬 뒤 한때 북한 노동자 5만5천여명과 남측 노동자 1천명이 일하는 규모로 성장했으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그해 2월 10일 가동을 중단했다. 2020년 6월 북한은 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까지 폭파했다.
■ 접경지 직격탄
이날 오전 9시 30분을 기해 서부전선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 안보 관광이 잠정 중단됐다. 접경지역 관할 사단인 육군 1사단 측의 요청에 따라 도라산 전망대와 제3땅굴, 통일촌을 둘러보는 DMZ(비무장지대) 안보 관광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1일 도라산 전망대와 제3땅굴 관광이 중단됐다가 제3땅굴 관광은 12일부터 재개됐지만 이날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여파로 3개 관광지가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군은 이날 오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지역인 장단면 통일촌과 해마루촌, 국내 유일의 DMZ 내 마을인 대성동 마을 이장들에게 주민 이동 자제 권고 등 비상조치를 내렸다.
안보 관광이 언제 재개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