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8회 새얼아침대화, 안보전문가 김정섭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문제 등 정세분석
한국, 美 인·태전략과 대륙 전략 균형 찾아야
올해 새얼아침대화는 ‘위기’를 열쇠 말로 국제 정세에 대해 여러 시각을 담은 강연이 유독 많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국제 정세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란 질문이 계속된다.
16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 제448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는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 등에서 27년간 근무한 안보 전문가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다. 김 연구위원은 ‘역사의 종언에서 전쟁의 시대로 : 흔들리는 세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전쟁 위험을 내재한 대만해협 문제를 분석하고, 한국이 가져야 할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실용주의적 시각을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1993년 체결한 ‘오슬로 협정’이 30여 년 전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때가 ‘희망과 낙관의 시대’였다고 했다. 소련 해체 후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형성한 ‘팍스 아메리카나’, 세계화는 물론 서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승리를 뜻하는 ‘역사의 종언’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30년 후 지금은 유럽 한복판에서 ‘강대국 전쟁’이 발발했고 잊힌 중동 갈등이 폭발했다. 전쟁의 문턱은 낮아졌고 대만해협 등 남아 있는 화약고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다극 질서’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이 자유무역 등 국제 질서를 보조금과 산업정책 등을 써서 스스로 어기는 행동을 하고 있다. 미국이 스스로 만든 질서를 탈퇴한다는 ‘아멕시트’(Amexit)란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자유주의 진영 입장에서는 명백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다. 그러나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에선 나토를 앞세운 미국의 유라시아 패권에 대한 반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느 진영도 선택하지 않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는 두 진영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양 진영 모두 출구 전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억제론’이 서방 주류의 시각인데, 김 연구위원은 러시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주의’에 더 힘을 실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중국을 견제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조하는 보수 진영의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대륙(유라시아) 전략을 상실한 채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되며 균형 감각을 잃어선 안 된다”고 실용적 방향을 제시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 앞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지 이사장은 “어렵게 살면서도 상해임시정부를 세우고, 신흥군관학교를 만들며 나라를 찾기 위해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많은 사람이 죽은 그 열사들의 혼이 서린 땅”이라며 “해방 후에도 4·3사태, 4·19, 5·16, 5·18이 이어지는 속에서 글을 쓰는 (한국) 사람들인데, 명작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소명 의식과 역사 의식으로 글을 썼기 때문에 노벨상을 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