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교역 활발한 인천 물류산업엔 수혜
中 저가상품 수출 확대로 제조업계는 고전
'알테쉬'의 한국시장 공세, 위기이자 기회
이익 극대화·리스크 최소화하는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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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한국 공략 루트는 인천이다.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은 이들 업체들이 쏟아내는 전자상거래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제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거치는 시간도 아깝다며 인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세우기 위한 입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병참기지'를 인천으로 옮겨 국내 유통업계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습으로 이미 국내 유통시장은 쑥대밭이 됐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타격도 크다.

알테쉬의 국내 시장 진출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지만 인천은 이런 상황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처지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쏟아내는 물량은 인천 물류업계의 파이를 키우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남동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돼 있는 인천 지역 중소 제조업체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6월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발표한 '중국발 해외 직구 확산이 인천지역 물류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국내 사용자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나면서 중국발 교역이 활발한 인천지역 물류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천 물류산업은 국내 다른 지역 물류업계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구 상품을 들여올 수 있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부산, 평택, 군산 등 해운 위주인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인천은 공항과 한중카페리를 활용한 직구 상품 운송이 가능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배송 기간 단축을 위해 항공화물의 비율을 높이면서, 대중국 수입 실적에서 인천공항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91%나 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복합운송 방식인 한중카페리의 경우 국내 항로 17개 가운데 인천항이 10개로 가장 많고, 물동량 점유율도 37%로 군산항과 함께 가장 높다. 해외 직구를 통해 신규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인천지역 내에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지역 물류 업계가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제조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인천상공회의소가 인천 지역 제조기업 211곳을 조사한 결과 중국의 저가상품 수출 확대로 '매출·수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기업은 39.3%나 됐다. '현재 영향은 없으나 앞으로 피해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응답한 기업도 42.2%로 집계돼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인천 제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완제품 재고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소비가 급감한 2022년 4월 20%대까지 올랐다가 점차 줄어 올해 1월 1.5%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난 6월에는 재고율이 4.67%로 상승하는 등 재고 적체가 다시 심화하고 있다.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저가 물량 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의 입장에서 알테쉬의 한국 시장 공략을 비판적 시각으로만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의 확장을 무턱대고 반길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인천은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중 수교(1992년) 이전인 1990년부터 인천과 중국 웨이하이를 잇는 카페리가 개설됐을 만큼 무역이 활발히 진행됐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시장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시장경제체제의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기회는 극대화하고 리스크는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인천에 있어 알테쉬의 공세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