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인류로 인해 자연이나 다른 생물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쓰이는 '밈'(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널리 쓰이는 유행어)이다.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라는 자조적인 의미로 자연환경을 파괴한 인류의 무책임함을 풍자한다. 이 같은 밈은 지금도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때문에 동·식물이 멸종했다는 내용의 기사 댓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잘못된 일이 생기면 그 책임을 인간에게 돌리는 유쾌한 유행어지만, 인천 서구의 들개 문제를 떠올리면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10㎏이 넘는 중·대형견들로 이뤄진 들개 무리가 주택가 인근 공원과 대로변에 자주 출몰해 지역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 들개들은 처음부터 야생동물이 아니었다. 대다수는 검단신도시 등 도시개발사업지역 내 공장지대와 주택가에서 버려진 유기견이다. 결국 인간의 잘못이 낳은 문제로 그 피해는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지난 여름엔 대형 들개 한 마리가 서구 백석동 한 중학교 정문 앞에 나타나 소동이 벌어졌다. 반려견과 함께 저녁 산책을 하던 주민은 들개 무리를 만나 위협을 느끼고 황급히 도망치기도 했다. 들개를 마주칠까봐 외출할 때 호신용으로 등산스틱을 챙긴다는 주민도 있다. 서구가 나서서 들개 포획에 힘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115마리, 올해는 지난 8월까지 92마리를 포획했지만 개체수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서구 주민들은 여전히 들개를 마주칠까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 서구에 접수된 들개 관련 민원만 총 219건이다.
이제 '인간이 미안해'라는 말을 곱씹을 때다. 들개가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들개 문제는 단지 동물 관리의 실패가 아닌, 우리 인간이 만든 문제다.
포획이 능사가 아니다. 유기 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들개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라도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상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