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가 불러일으킨 돌개바람이 가을 정국을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논란의 핵심 인물인 명씨가 김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일부를 공개하자 야당은 어제 김 여사와 명씨를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와 별도로 법사위가 김 여사를, 행안위는 명씨를 각각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다혜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맞불을 놓으려 했으나 수적 열세로 무산됐다. 명씨는 김 여사와의 문자메시지가 2천장은 된다며 계속 공개할 것임을 내비쳤다. 파장은 이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게 조작됐다는 내용이다. 논란의 소용돌이는 이제 그 끝을 알 수 없게 됐다.
명씨의 '싸움'은 보수진영 유력인사들과의 전면전 양상을 띤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김 여사 문자메시지 공개의 도화선 역할을 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명씨를 "곧 철창 속으로 들어갈 개"라고 지칭하자 명씨는 다른 라디오 방송에서 "바깥에 묶어놓은 개가 방안의 애완견이 어떻게 사는지 아느냐"고 대응했다.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측 인사가 명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에 대해 홍 대구시장이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하자 명씨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에 대해 "벌써 고소장을 써놓았다"고 했다. 어떻게 한 사람이 보수진영을 이렇게 온통 휘저어놓을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명씨는 혼자 죽지는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폭로는 이어질 것이다. 여권 전체를 궁지로 내몰고 있는 악재 중의 악재다. 어제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표심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투표 전날 여섯 번째 현장을 찾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조차도 "국민이 보시기에 안 좋은 일이 반복해 생기고 있다"면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재차 강조했다.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당정에 대한 더 이상의 민심 이반을 막겠다는 의도이겠지만 그것 또한 임시방책에 불과하다.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와 그보다 더한 조치까지도 고려하지 않는다면 여권으로선 국면 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