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고조 속 '안보의 섬' 연평도 가보니…


주민들 "오히려 육지에서 더 걱정해"
"수십년간 아무것도 안바뀌어" 푸념

도로 폭파·오물 풍선… 접경 안전 우려
유정복 시장 방문 생업환경 보장 약속


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바라본 황해도 일대
17일 인천 옹진군 연평면 마을 거리는 인적이 드물어 고요했다. 이날 오전 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바라본 황해도 일대는 해무에 덮여 희미했다. 2024.10.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연평도에서만 35년 넘게 지내다 보니 이제는 불안감도 무뎌진 듯해요. 급격히 남북 관계가 악화하거나 북한이 포를 쏘는 등 위협이 있을 때마다 반나절, 혹은 하루 이상 머물던 대피소 생활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17일 인천 옹진군 연평면 2호 대피소 앞에서 만난 주민 한모(64)씨는 "최근 북한의 위협은 연평도 주민들에겐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오히려 섬 밖에서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이럴 때만 우릴 걱정할 게 아니라, 섬을 지키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업과 평범한 일상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연평도에서 어르신이 한적한 골목을 지나고 있다.
1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어르신이 한적한 골목을 지나고 있다. 2024.10.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연평경로당에 있던 유부전(86) 할머니는 "하루빨리 주민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14살 때 이북에서 넘어와 70년 넘게 연평도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는 유 할머니는 "남북 관계가 나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불안하다. 수십 년째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속상하다"고 푸념했다.

최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고 오물 풍선을 날려보내는 등 도발 행위가 이어지자, 서해 5도 등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보의 섬'으로 불리는 연평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쪽으로 약 1.5㎞ 떨어져 있다. 연평도 망향전망대 등에선 북한 황해남도 땅이 보인다.

연평면 스케치
17일 인천 옹진군 연평면 마을 거리는 인적이 드물어 고요했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평도 주민들이 바라는 건 '평범한 일상'이었다. 2024.10.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오전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2시간여 거리에 있는 연평도를 방문해 안보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유 시장은 가장 먼저 연평도 포격전(2010년 11월23일) 전사자 위령탑과 제2연평해전(2002년 6월29일) 추모탑을 찾아가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국군 장병을 추모했다. 이어 연평면 2호 대피소에 들러 시설 내부와 위성전화시설, 비상식량 등을 점검했다. 현재 연평도에는 주민 대피시설 11곳이 마련돼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 연평도 2호 대피소 방문
17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2호 대피소를 방문한 유정복 인천시장과 문경복 옹진군수가 시설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군 당국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해병대 연평부대는 유 시장에게 북한 동향과 군사 대응 상황 등을 보고했다. 연평부대장 이인영 대령은 "북한의 우발적 행동에 언제든 대응 사격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관련 기관 동향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유 시장은 "북한의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연평도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모든 안보 역량을 결집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주 지원금 확대, 조업구역 확장, 의료 지원 등에 힘써서 주민들이 불편함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송윤지수습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