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가 이변 없이 끝났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두 곳에서 승리했다. 격전지로 주목받은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높은 득표율로 압승했다.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가 과반을 얻어 당선됐다. 호남은 민주당의 완승이었다. 전남 곡성군수는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영광군수는 장세일 후보가 다른 후보와 큰 표차로 당선됐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한동훈-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뒤 치러진 첫 여야 대결인 관계로 관심이 집중됐으나 결과적으로 여야는 텃밭을 지킨 2대 2의 무승부로 각자 수성에는 성공한 셈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번 재보궐 선거가 정부여당이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준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민주당도 조국혁신당의 추격을 뿌리치고 호남에서 압승을 거뒀으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대통령실은 여러 돌발 악재에 따른 '책임론' 부담을 덜게 된 점에 안도한 표정이다.
그렇다고 선거결과 여야가 텃밭을 지켰으니 제 갈 길을 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호남에 후보를 냈지만 최하위 한 자릿수의 득표를 면하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부산 금정구에서는 한 때 민주당이 유리하다고 했으나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났는데 방심과 실언이 패인이 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보수의 영원한 아성 강화군 선거도 이례적이다. 이번 58.3%의 투표율은 2022년 지방선거 강화군수 투표율 61.9%에 근접하는 수치이다. 양당 대표와 수뇌부가 선거를 독려한 결과이지만, 교통문제를 비롯한 대남 확성기 방송 피해 등 강화군의 시급한 현안 때문이었다. 이번 여야 후보의 표차는 불과 8%에 불과하다. 그동안 두 자릿수의 표차를 보였지만 더 이상 독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군수들과 구청장들은 선거전에서 쏟아낸 공약을 차분하게 재평가해야 한다. 다음 지방선거까지 임기는 2년도 남지 않아 대부분 지키지 못할 약속들이다. 현안의 우선순위를 매겨 약속 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인내심은 바닥인 상황에서 명태균씨 논란으로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야당은 무소불위의 다수 의석으로 민생 대신 방탄 정쟁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이번 선거에 숨겨진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