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 권고사항, 해외 제재 어려워
업체측 "실수… 즉시 시정조치"
청소년의 모방 음주를 조장할 수 있어 성인용 음료로 분류되는 무알코올 맥주가 해외 e커머스 플랫폼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함량이 전혀 없더라도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상 건전한 정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돈이나 화투, 담배 또는 술병 형태로 만든 식품의 경우 판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 G마켓 등 국내 대형 e커머스 플랫폼에는 무알코올 맥주를 검색하면 빨간색 원에 19 숫자가 표기되고 제품은 보이지 않는다. 구매를 위해 클릭해도 성인인증을 필요로 한다. 다른 성인용품이나 알코올이 들어간 주류와 동일하다.
그러나 일부 국내 및 해외 e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이러한 가림막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한 e커머스의 경우 별다른 성인인증 없이도 무알코올 맥주를 구매할 수 있어 청소년들의 구매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정림(47)씨는 "무알코올 맥주를 아이들이 호기심에 구매하고 모방 음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며 "아이들도 쉽게 이용이 가능한 e커머스에서 제대로 된 청소년 보호가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식약처마저 e커머스 플랫폼에서 무알코올 맥주의 노출 방지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알코올 맥주는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지만, '성인용 음료'라고 겉면에 표기한 이상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분류되진 않고 제재 규정도 없어 막기 어렵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 노출 방지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라며 "국내 플랫폼에 자제를 요청해 자율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해외 플랫폼까지 관여하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무알코올 맥주를 노출한 해외 e커머스 플랫폼 측은 '단순 실수'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한 e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도 성인 제품처럼 19세 표시를 하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일부 제품은 카테고리 분류가 잘못 노출된 것 같다"며 "즉시 시정조치했다"라고 했다.
이에 해외 e커머스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국내외 시장 가릴 것 없이 청소년 보호만큼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고에 나서야 한다"며 "규제와 별개로 수면 아래에 있는 청소년의 무알코올 맥주 접근성에 대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