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 8월 29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역 7년으로 감형된 속칭 '건축왕' 남헌기의 2심 선고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촉구하고 있다. 2024.8.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2021년과 2022년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563명에게서 전세보증금 45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와 그 일당에 대한 형사재판은 지난해 기소된 2개 사건과 올해 6월 기소된 사건 등 모두 3건이 진행 중이다. 이 중 372채의 전세보증금 305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2차 기소 사건에 대한 지난 17일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 사건의 사기죄 부분의 피해자만 300명이 넘고, 관련 피해자 4명이 지난해 소중한 목숨을 잃었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당연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이 남씨에게 중형을 구형한 이유다.


2차 기소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검찰이 남씨와 그 일당에게 전세사기 사건으로선 최초로 형법상 범죄조직죄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죄목 때문에 가능했다. 범죄조직죄는 그동안 폭력조직에 주로 적용됐고, 보이스피싱 조직이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등도 이 죄로 처벌받았다. 검찰은 남씨가 범죄 집단의 정점에서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 등과 함께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본다. 같은 이유로 범행 가담 정도가 큰 공인중개사 등 18명에게도 같은 죄를 적용했다. 지난해 4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전세자금 대출사기 조직을 적발해 범죄조직 혐의 등으로 기소한 적은 있으나 세입자들로부터 직접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형법상 범죄조직으로 인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검찰이 애초 2차 기소 사건에서 남씨와 그 일당을 범죄조직으로 규정한 것은 그 수법과 피해 규모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노인 등 피해자들은 저들의 조직적인 범죄행위로 인해 세상의 끝으로 내몰렸고, 일부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1차 기소 사건의 1심에서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남씨가 지난 8월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되자 수많은 피해자들이 분노와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2차 기소 사건의 재판에서 범죄조직죄가 받아들여져 중형의 선고가 내려지면 그런 피해자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다독여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2차 기소 사건에서 남씨와 그 일당의 범죄조직 혐의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