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동했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거대야당의 입법 독주로 인한 대치 정국에 묻혀 시급한 국정과제를 해소할 국정이 실종된 상황에서, 양자 회동이 정국의 걸림돌을 치우고 국정쇄신의 계기를 만들어낼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회동의 내용과 형식은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턱없이 부족했다. 당초 예정됐던 한 대표의 회동 결과 발표를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이 대신했다. 한 대표가 건의한 내용뿐이다. 한 대표는 최악의 여론을 반전시킬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및 의혹 규명과 대통령실 인적쇄신에 더해 특별감찰관 신설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답변과 반응은 없었다. 박 실장은 대통령 발언을 옮길 수 없다며 "용산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박 실장의 브리핑 맥락엔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제 해소 요청에 윤 대통령이 침묵했거나 거부했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성과로 내세울 만한 대통령의 답이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상 회동이 아무 결실 없이 결렬된 것이다.
회동의 형식도 부실한 회동 내용만큼이나 무성의했다. 정권의 운명과 정국의 진로가 달린 회동이라는 평가가 무색했다. 윤 대통령의 선약된 저녁 만찬 때문에 81분의 차담에 그쳤다. 국정과 정치 정상화를 기대했던 민심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했다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식사를 포함해 밤을 새워서라도 국정쇄신 방안을 토론하고 그에 부응하는 결론에 이르렀어야 맞다. 결국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을 한데 모아 놓고 차 한잔 마시고 헤어진 셈이니, 회동 자체가 민심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지경이 됐다.
당장 오늘부터 회동의 후유증으로 당정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친한계 일각의 김건희 특검론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김 여사 문제 해결 없이 정국 주도권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확대될 수 있다. 합의된 여야 대표 회담이 여권 분열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11월 장외집회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의 정국 주도권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대통령이 정국에서 분리돼 국정동력을 완전히 상실할까봐 걱정이다. 국정동력의 상실은 나라와 민생의 정체와 퇴보로 이어진다. 국민이 이번 회동에서 윤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국정쇄신 방안을 기대했던 이유다. 대통령이 고립을 자초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