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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정치부 기자
"우리 감사실은 전체 흐름을 보는 거다."

최근 케이블 방송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대사 중 한 구절이다.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드라마는 비리가 만연한 건설회사 감사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냉철한 감사팀장과 정 많은 감사실 직원들과의 묘한 조합과 감춰진 부정을 들춰내는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다.

건설회사 감사실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여서 타워크레인 납품 비리, 재건축 조합 비리같이 묵직한 사안부터 구내식당 품질 문제 등 흥미진진한 사례로 전개된 뒤 흑막에 가려졌던 비리의 온상을 밝히고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사기업의 감사실 이야기도 물론 재밌지만, 10월부터 열리고 있는 정치권의 감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치렀다. 국정감사를 받기 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 공영개발로 전환된 K-컬처밸리 사업, 김동연 지사의 기회소득 등 경기도 주요 현안이 들여다볼 지 주목됐다.

경기도 국정감사가 막이 오르자 경기도 현안은 뒷전으로 밀린 채 이재명 전 지사 시절에 선정된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 코나아이가 화두에 올랐다. 또한 이재명 전 지사가 발표했던 일산대교 무료화 공익처분도 질의의 중심이 됐다.

김동연 지사는 연일 "제가 결정했던 일이 아니지만…. 추정해본다면"이라는 말로 답변을 이어갔다. 국회가 지방정부인 경기도정에 대한 감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와 기대에 무색하게 정쟁에 머무른 국정감사였다. 기자가 된 뒤, 처음 치러본 국정감사였기에 기대가 컸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아직 경기도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감사가 남아있다. 행정사무감사다. 경기도의회는 다음달 5일부터 열릴 제379회 정례회에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정에 대한 견제기구인 도의회의 역할이 빛을 발할 순간이다.

지난해 행감에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등 민선 8기 공약 추진이 점검됐으며, 도 산하기관 북부 이전 문제, 서울-김포 편입 논란, 경기도 1회용품 제로 정책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의원들의 검증이 이뤄졌다. 아쉬움도 있었다. 도의회 국민의힘의 내홍으로 기획재정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가 무산됐다.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태도로 의사일정에 차질도 발생했다.

올해 열릴 행감에서는 김동연 지사의 역점 정책인 기회소득, 360° 돌봄, THE 경기패스 등이 주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CJ와 협약 해제로 공영개발로 전환돼 추진되는 K-컬처밸리 사업도 화두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내년이면 주요 도정에 대한 성과가 나와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질의도 이어질 것이다.

'감사합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신차일 감사팀장은 피감기관에 두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첫째는 그런 일 없다고 잡아떼는 것이고 둘째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행감을 받으며 두가지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다. 행감에서 나오는 지적들을 받아들여 도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는 것이고, 더 좋은 정책을 개발·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의원들과 직원들은 다음달 행감을 앞두고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경기도도 행감을 대비하고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 도의회가 도정에 대한 전체 흐름을 보고 도민을 대신해 송곳 검증하는 행감이 되길 기대한다.

/이영선 정치부 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