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90대중 6대만 '24시간' 무색
17개 시군, 수요 이유 1대만 운영
야근후 퇴근·병원 이용 등 어려워
12월부터 통합 접수… 인력 4명뿐
화성시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권모(40)씨는 몇달 전 직장에서 야간 근무를 마친 뒤 퇴근하려다가 진땀을 뺐다. 심야시간대 장애인콜택시 예약이 가득 차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콜센터 안내를 접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그날 이후로 야근할 때면 근무 내내 시계만 본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내 심야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장애인콜택시)이 턱없이 부족해 장애인들의 심야시간대 이동에 제약이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장애인콜택시는 1·2급 지체·뇌병변 장애인과 기타 1·2급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도내 31개 시·군에선 통상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심야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심야 운행 대수는 주간에 비해 턱없이 적다. 수원시의 경우 총 90대의 장애인콜택시를 운영 중이지만, 심야 운행은 6대에 그친다. 심야시간대 장애인콜택시가 1대밖에 안 되는 시·군이 17곳으로 절반이 넘는다. → 표 참조
지자체는 심야시간 운행 수요가 적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장애인들은 심야 콜택시가 부족해 애초부터 예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늦은 시간에 경미한 교통사고로 병원에 다녀왔는데, 갈 땐 구급차를 탔지만 돌아올 때 방법이 없어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며 "심야 운행 차량이 1대밖에 없어 자포자기 심정으로 센터에 차량 지원을 부탁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심야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가 예약 접수 업무까지 도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심야 장애인콜택시가 1대뿐인 경우 예약 시 운전기사의 운행이 종료될 때까지 예약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관계자는 "심야 장애인콜택시 예약 접수는 운전 중 운전기사 휴대전화에 남는 부재중 전화를 보고 운행 후 회신해 접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가 장애인콜택시 서비스를 통합 운영키로 하면서 오는 12월부터 24시간 통합 접수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콜센터 근무 직원 4명이 도내 지역 전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심야 시간대 배차를 줄이는 게 지자체 시스템 운영상 효율적일 순 있겠지만, 지나치게 적다면 문제"라며 "심야 수요를 충족할 최소한의 차량과 인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석기자·마주영 수습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