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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점심시간, 학교 곳곳이 시끌시끌하다. 종소리를 듣자마자 내달린 호흡이 아직도 아이들 입에선 가쁘다. 한쪽에선 밥상에 대한 토론이 열린다. 시험 시간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국에 담긴 것이 무인지, 감자인지를 가늠한다. 이곳은 급식실, 식기가 부딪힐 때마다 아이들이 커간다.

2019년 경기도 모든 유·초·중·고에 무상급식이 도입됐다. 정책이 시행되고 자리잡는 10여 년간 급식비는 '당연히 안 내는 비용'이 됐고 어느새 예산은 경기도교육청·경기도·도내 각 지자체가 자연스레 분담하게 됐다.

무상급식 예산은 도교육청이 이듬해 필요한 금액을 각 시·군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의 정책 결정 없이 현장에서부터 도입된 무상급식은 빈약한 법적 근거 등 그 약점을 드러냈다. 14년간 이같은 방식으로 마련되던 예산은 지자체들의 재정난과 분담비율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겹치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6월 일부 지자체들의 문제 제기는 반 이상의 '분담률 하향'과 '시스템 개선' 요구로 커졌고, 이 같은 상황이 보도되자 학부모단체와 경기도의회는 '급식예산 안정화'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 21일, 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인건비를 단계적으로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3천349억원의 인건비 중 시·군이 1천153억원을 분담했는데, 내년엔 그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내후년 인건비는 모두 도교육청이 내기로 하면서 지자체들은 내년부터 500억원 규모 이상의 예산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또 도교육청은 나머지 예산에 대해서도 시·군과 협의해 분담비율을 재산정, 정산의 편의를 도모키로 했다.

도교육청의 이런 결정이 반갑기 그지없다. 14년간 관행처럼 이어져온 분담비율과 시스템에 변화가 생긴 건 포커스가 '애들 밥값'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일 터다. 아직 예산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식탁 보수공사에 첫 나사가 끼워진 지금, '탄탄한 밥상'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