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 아닌 작품 만든다는 생각… 일본도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날 오길…
"땅 땅 땅…." 여주 북내면 상교리 작은 마을에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루의 울음을 따라가면 산자락에 위치한 이은철 도검장의 작업실이 나온다. 마당에 거대하게 솟은 용광로와 화로를 지나 붉은빛이 새어나오는 대장간의 문을 열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 도검장이 섭씨 1천300도까지 올라간 화로에서 붉게 달궈진 쇳덩이를 꺼내어 내리치자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펴진 쇳덩이를 접고 다시 두들겨 펴기를 반복하는 과정인 '접쇠'는 불순물을 날리고 밀도를 높여 더욱 단단한 쇠를 만들어 준다.
칼의 형태가 잡히면 담금질을 통해 날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후 두 달 가까이 12개의 다른 숫돌로 날을 날카롭게 세우는 과정인 연마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한 자루의 도검이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이 전통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작업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쉴 새 없이 작업해도 1년에 3~4자루의 도검만이 세상에 나온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항상 그를 따라왔다.
이 도검장은 "우리나라 철광석을 전통 제철기술을 통해 도검으로 만드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힘들었지만 애초에 사업적인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면 중간에 그만뒀을 것"이라며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도검 전시와 판매를 통해 문화 상품으로의 발돋움을 준비 중이다.
이 도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전통 제철 문화를 복원하는 것에 힘썼다면 이제부터는 후계자 양성과 한국 도검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며 "한국 전통 도검도 일본도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