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토리 (강화도 계룡돈대)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에 위치한 계룡돈대가 소나무와 어울리며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촬영한 인천 강화도에 있는 계룡돈대의 모습이다.

 

계룡돈대는 강화에 현존하는 54곳의 돈대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고 있다. 이곳에서는 바다 건너 교동도가 보이는데, 아기자기한 해안 풍경과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어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


평지보다 높고 평평한 땅 '돈대' 해안선 2㎞마다 감싼 54개 방위 시설
고려·조선 수도 인접 '전략 요충지' 몽골·청·佛·美·日 열강 침략 아픔
강화 소재 중 유일 축조연대 표기 의미… 후손들 갯벌·석양 감상 호사
 


포토&스토리
계룡돈대의 높은 성벽 끝으로 교동도가 보이고 있다.

계룡돈대는 강화 돈대 중 유일하게 정확한 축조연대가 표기되어 있다. 성벽 아래쪽 석벽에 '강희18년 4월 일 경상도 군위어영(康熙一十八年四月日慶尙道軍威御營)'이라는 명문이 있어 역사적 의미를 더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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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아래쪽 석벽에 있는 축조연대 (康熙一十八年四月日慶尙道軍威御營)의 문구.

돈대(墩臺)는 평지보다 높직하게 두드러진 평평한 땅을 일컫는 말이다. 강화에는 54개의 돈대가 해안을 감싸고 있어 돈대의 고장으로도 불린다. 강화도 해안선 둘레가 약 100여㎞로 2㎞마다 돈대가 하나씩 있는 셈이다.

강화에 있는 돈대는 대부분 군사적 목적에서 설치된 방위시설이다.

포토&스토리 (강화도 계룡돈대)
계룡돈대 상층부에서 내려다 보면 주변 돈대의 형태와 해안을 감상할 수 있다.

해안 돈대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강화도가 갖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예전부터 강화도는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과 조선의 수도 한양과 가까울 뿐 아니라 서해와 연결되는 하천인 예성강과 한강의 물줄기를 통한 침략이 쉬워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다.

그 지정학적 특성은 근·현대사에서도 이어져 세계 열강들의 침략으로 이어지는 아픔을 겪어 왔고, 현재는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 중 하나이다.

포토&스토리 (강화도 계룡돈대)
석양이 시작되면서 계룡돈대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윤곽만 보이고 있다.

강화는 뼈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섬이다. 고려 무신정권 때 시작된 몽골의 침략에 항전하며 수도의 역할을 하기도 했고, 조선 인조 때는 병자호란이 발발해 청나라 군대를 피해 강화도로 도피하려다 실패한 적도 있다.

근대에는 1866년 프랑스 침공으로 벌어진 병인양요, 1871년 미국 제너럴 셔먼호 사건으로 촉발된 신미양요, 1876년 우리나라가 일본과 맺은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조약 등 역사의 아픔이 섬 곳곳에 남아 있다.

강화도 돈대의 특징은 해안과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적군이 쳐들어오는 모습을 잘 관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치적 특성 때문에 돈대에서는 하나같이 여유롭게 넓은 갯벌과 시원한 바다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글·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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