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볼래?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지구온난화로 곤충 멸종 가속화

생태 학습·체험 가능 시설
윤조롱박딱정벌레 증식 성과도

한겨울 야산에 올라 도끼질…
나무 사이서 하늘소 유충 '꿈틀'

이 아름답고 신비한 생물들
미래 아이들도 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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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퍽…'. 눈이 쌓여 강추위가 느껴지는 시흥시 정왕동 한 야산에서 도끼로 나무를 패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끼질의 주인공은 시흥시 곤충체험전시관 벅스리움에서 근무하는 오승배(38) 주무관이다. 추운 날씨에 산에서 도끼질하는 까닭을 묻자 그는 "곤충 연구를 위해 유충을 채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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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정왕동 한 야산에서 유충 채집이 이뤄지고 있다.

애벌레는 썩은 나무 밑동 등 살기 적합한 환경에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나무를 쪼개 채집한다고 한다.

조심스러운 몇 번의 도끼질 끝에 나무 사이로 하늘소 유충 한 마리가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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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나무 속에서 하늘소 유충이 꿈틀거리고 있다.

벅스리움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곤충의 생태 등을 학습·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곤충 연구 및 표본 제작을 위한 시설이 있다.

전시장 한편에 조그맣게 마련된 연구실로 들어서자 보관중인 표본들이 보였다. 360종 3천500여 마리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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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리움 내부 연구실에 다양한 표본들이 보관돼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멸종위기종인 윤조롱박딱정벌레다.

반짝반짝한 녹색 등갑이 매력적인 윤조롱박딱정벌레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난해 지정됐다. 인공 증식이 매우 까다로운 곤충이지만, 여러 연구 끝에 최근 벅스리움에서 증식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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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배 주무관이 상재홍단딱정벌레를 관찰하고 있다.

곤충이 멸종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기후 위기가 주로 꼽힌다.

지난 2015년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 제한선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으로 정하고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파리기후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여러 노력에도 지난 2023년이 관측상 가장 더운 해였음이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의 통계에서 드러났다. 올해 처음으로 1.5도 제한선이 깨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더워지는 지구에서 곤충의 멸종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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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가 오각뿔장수풍뎅이 표본을 제작하고 있다.

작은 곤충 한 종이라도 멸종이 거듭된다면 미래의 아이들은 아름답고 신비한 곤충을 더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 주무관은 "곤충 연구를 통해 작은 날갯짓이 커다란 태풍을 만들어 뜨겁게 달궈진 지구를 식히는 '나비 효과'를 꿈꾼다"고 말했다. 저마다 작은 행동이라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으로 아이들에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물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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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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