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탄생의 마중… 자연과 인간의 '줄탁동시'
'연미복 신사' 검은머리물떼새·날렵한 쇠제비갈매기
한때 멸종직전 저어새… 남동유수지 '보금자리' 펼쳐
아기새의 '첫울음' 쉴새없이 먹이 주고 날개로 '그늘'
환경단체 개발 부작용 경고… 철새도 귀환 약속 못해
만물이 새로이 태어나는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면 갯벌 이곳저곳이 분주해진다.
특히 여름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인천의 갯벌은 새 생명을 맞이하기 위한 모습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쉽게 관측되곤 한다.
한때는 전 세계에 300여 마리도 채 남지 않아 멸종 직전까지 내몰렸던 '저어새'는 남동유수지에 둥지를 짓고 연미복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갯벌의 신사'라 일컬어지는 '검은머리물떼새', 번식기가 되면 만화 속 캐릭터처럼 머리가 검게 변하는 '검은머리갈매기', 작은 몸으로 날렵하게 물고기를 낚아채는 '쇠제비갈매기' 또한 인천의 갯벌에 자리를 잡고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린다.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여만 지나면 품던 알들이 꿈틀거린다.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체구의 유조(幼鳥)들이 껍질을 벗고 나와 울어댄다.
아비와 어미는 쉴 새 없이 번갈아가며 먹이를 가지고 오며 더위에 지치지 않게 날개로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때가 되면 갓난아이가 생긴 우리네 부모나 새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렇게 정신없이 여름을 뜨겁게 보내면 유조들은 어설프게나마 날갯짓을 하며 둥지를 떠날 채비를 한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들은 인천으로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지금 터전이 그때도 온전히 유지가 될지는 의문이다.
새 생명을 맞이하던 너른 평지가 주차장으로 변할 수 있고, 둥지 재료를 구하던 나무 자리에 가로등이 세워질 수도, 먹이를 구해오던 갯벌이 아스팔트로 바뀔 수도 있다.
한 종의 새가 멸종하면 이를 둘러싼 생물 80~90여 종이 멸종할 수 있다고 환경단체는 말한다.
지금처럼 대다수의 무관심과 이기심이 계속된다면 귀여운 6월의 새 생명을 관측하지 못하고 주차장, 가로등, 아스팔트 관측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글·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