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명태균 씨가 특정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하라’고 반복해 지시하는 녹취가 등장, ‘정상적인 방식의 여론조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상적’인 것을 요구했지만 결과 보고서에는 여론조사 샘플수와 조사기관이 다르게 적시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안산갑) 의원실이 31일 제공한 명 씨와 강혜경씨간 21년10월19일 통화녹음에서 명 씨는 “할당량 돌리고 이렇게 정상적으로 돌려야 되요” “오리지널로 그냥 채워달라”고 강 씨에게 요구했다. 또 “PNR과 의논해가지고 하라”고도 주문했다.
이것보다 한시간 가량 앞선 통화녹음에서는 “3천개(샘플)를 해달라던데”라고 했고, 안심번호 연락처를 받은 강 씨는 “지역별로 할당량을 다 정해 주셨다. 설문지도 주셨다”고 했다.
누군가에게서 3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해 줄 것을 요구받고 19일 여론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는 바로 하루 뒤인 20일 거의 종료됐다.
이튿날인 10월20일 통화녹음에서 명 씨는 “거의 마지막 조사 중”이라는 강씨의 말에 “고생했다”고 격려했다. 이어 명 씨가 “일대일에 원희룡이 빼가지고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묻자 강 씨가 “가상대결이라 빼고 넣는것은 우리 마음이다”라고 답하니 “4명 다 물어봤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읊조렸다.
당시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로, 경선본선 진출자가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4인으로 추려진 상태였다.
명 씨는 이들 후보와 맞수인 이재명 대선 후보간 가상대결 결과를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 중 이 녹취들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는 ‘22. 차기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다.
발행 날짜가 21년10월21일로, 후보 4명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와 가상대결한 여론조사 결과가 담겼다. 통화녹음 내용 그대로다.
다만 이 ‘보도 공표 불가’ 딱지가 붙은 보고서에는 ‘국민의힘 당원에게 국민의힘 경선 출마 후보 경쟁력 등을 묻고자 함’이라는 목적과 함께, 조사기관은 (주)미래한국연구소, 응답완료자는 5천44명으로 적혀 있다.
3천명을 대상으로 했으나, 응답자는 2천44명이 늘어 있고, PNR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출판된 보고서에는 조사기관이 (주)미래한국연구소로 나와 있다.
양 의원은 “명 씨가 진행했던 여론 조사 대부분에서 이런(조작) 행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래한국연구소는 여러번의 여론조사 조작으로 선관위로부터 벌금을 받아 직접 여론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곳”이라며 “공표/비공표에 따라 PNR을 끼워 넣었을 것”이라고 유추했다.
양 의원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1일 진행되는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