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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올해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졌다. 영·호남 연고팀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양 팀을 응원하는 수도권 지역 팬들이 버스와 열차를 타고 광주와 대구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 서울 연고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이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면 '중립구장'인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5~7차전을 펼쳤다. 관중석이 가장 많은 잠실에서 경기를 열어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지극히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이 작동한 희한한 규정이었다.

중립구장 규정 폐지 이후 지난해까지 잠실을 연고로 하는 두 팀 중 한 팀이 꼭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덕에 서울에서 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올해, 규정이 사라진 뒤 최초로 비수도권 팀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 팀을 응원하는 주변의 지인들도 표를 구하기 위해 예매 전쟁을 벌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평일 연차 사용을 불사하고 '직관'을 갔다. 명절도 아닌 지난 10월의 끝자락에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몰려든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찍기 위해 방송사 카메라도 출동했다. 경기 침체로 힘겨워하던 광주와 대구의 상권은 잠시나마 활짝 웃었다.

'빨대 효과'는 한 지역의 인구와 경제력을 다른 지역이 흡수하는 현상을 뜻한다. 희한한 규정이 사라진 뒤 열린 한국시리즈는 긍정적인 의미의 빨대 효과를 일으켰다.

안타깝게도 인천이 겪는 빨대 효과는 반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인천의 소득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저출산 시대 인구가 증가하는 몇 안되는 도시임에도 소비 수요를 서울에 빼앗겨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했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나쁜 빨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다만,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이자 쓰레기까지 묻어주면서도 지갑을 뺏기고 있는 인천의 상황이 다른 도시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을 터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