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아닌 모욕·희롱 처벌 못해
반대단체·美 유튜버 물의 '공분'
처벌강화법안 폐기… 또 발의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세운 '평화의 소녀상'을 모욕·희롱하는 행위가 잇따르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154개다. 경기도에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36개가 설치돼 있다.
소녀상은 민간단체에서 자발적 모금을 통해 설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관리 주체는 지자체인 경우가 더 많다. 민간단체가 소녀상을 설치한 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지자체가 이를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국에 설치된 소녀상 중 민간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은 135개에 달하지만, 관리하는 소녀상은 44개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설치한 소녀상이 10개인데 반해 관리하는 소녀상이 97개인 것과 대비된다.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한 일부 지자체는 소녀상 주변에 CCTV를 설치하는 등 훼손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물리적 훼손이 아닌 모욕·희롱 등의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소녀상을 모욕하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달 한 미국인 유튜버는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소녀상에 입맞춤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해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수원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한 단체가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급기야 소녀상에 '위안부 사기'라고 쓰인 어깨띠를 부착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 2월에도 안산시청 앞 소녀상에 빨간색 글씨로 '철거'가 적혀있는 마스크를 소녀상에 씌우는 등 반복적으로 이 같은 행위를 이어오고 있다.
수원 소녀상 앞에서 수요문화제를 열고 있는 수원평화나비 이주현 상임대표는 "해당 단체는 소녀상을 훼손하지 않고 모욕적인 글이 적힌 현수막이나 어깨띠만 설치하는 등 교묘하게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피해 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소녀상을 모욕·희롱하는 경우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현재 일본군 피해자를 모욕할 목적으로 소녀상을 손상·제거·모욕한 이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다만,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어 국회와 적극 논의해 소녀상을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