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녹취·김여사 문제 '탄핵' 거론… '여권 위기감' 반영

국민들에 소상히 밝히고 조치해야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개각
김여사 활동중단·특별감찰관 요구
대통령실 "이달말께 입장 밝힐듯"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인적 쇄신, 개각 단행 등 전면적 쇄신을 요구했다. 한 대표의 이런 요구는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공천 관련 녹취가 공개된 지 나흘만이며, 김건희 여사 문제로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되는 여권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과 쇄신용 개각, 김 여사의 대외활동 즉시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했다.

대국민 사과 등 구체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기조 전환도 아울러 촉구한 것이다.

한 대표의 대통령 사과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관련 3대 조치(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31일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고 한국갤럽 등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지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 대표가 쇄신 범위를 국정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수위 높은 메시지를 낸 것 역시, 더는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쇄신 조치의 '데드라인'은 설정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은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정례회의인 수석비서관회의와 한덕수 국무총리 주례회동이 잇따라 열렸는데, 윤 대통령은 두 차례 회의에서 "현재 추진 중인 개혁 정책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내에 잘 마무리해달라고 독려했다"고 정혜전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와함께 대통령실 정책실과 국가안보실 등에서도 주내에 국정성과와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이 즉각적이고 직설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용산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달 외교일정을 마무리한 후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는 10일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이번 주중 그동안의 정책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민생 정책에 올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번 주는 미국 대선이 있고, 해외 일정 등 중대한 대외 이슈가 많아 순차적으로 처리하더라도 이번 달 하순은 돼야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 사무실 입주 예정이었던 제2부속실 설치 및 인적 개편도 여권 내 위기 국면으로 잠정 중단되는 등 재검토가 불가피해 윤 대통령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