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로 신고·허가 확대
수원서 외벽 무너져… 미신고 적발
무단공사에 해체계획서 무시 잦아
지난 2021년 불법 철거 탓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붕괴사고 이후 3년이 지났지만, 경기도 내 철거 현장에선 같은 이유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영통구의 한 빌라 철거 현장은 3층 높이의 파이프에 노란 천으로 가려진 채 공사가 중지된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광경에 현장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은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3일 전인 지난 1일 오전 9시30분께 이곳에선 건물 철거 작업 중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인근을 지나던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청 직원들에 의해 공사는 즉시 중단됐다. 이 현장은 담당 구청에 아무런 신고 없이 진행됐던 불법 철거 현장이었다.
영통구청 관계자는 "공사 담당자가 철거 대상 건물 규모가 작아 신고 의무 대상인지 몰랐다"며 발뺌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법 행위와 이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8월 건축물 해체 제도를 강화한 바 있다. 앞선 광주 붕괴사고 원인이 불법 철거로 인한 안전관리 미흡으로 밝혀지자, 건축물 해체의 신고·허가 대상을 확대하고 철거 공사 허가기관의 현장 점검을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강화가 마치 '먼 나라 이야기'인듯 실제 도내 곳곳의 철거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 수원의 사고 사례처럼 관할 지자체에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공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고도 그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8월엔 이천의 한 건물 3층 스크린골프장 해체 공사 도중 전기를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했다가 노후 전열 기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체계획서상 작업 중 전기를 차단해야 하지만 당시 인부들은 공사 현장이 덥다는 이유로 차단하지 않고 선풍기 등을 켠 채 작업했고, 결국 같은 건물 4층 병원의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건설 업계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경보 한국건설안전협회장은 "해체계획서를 쓸 때 단순 신고라 하더라도 건축사나 기술사의 검토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행정 과정을 귀찮다는 이유로 생략한 채 몰래 철거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