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569개소중 170곳 불과
어린이구역은 3557대·93% 설치
보행중 사망자, 노인이 절반 넘어
법적 의무 아니라 우선순위 밀려
7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의 한 노인보호구역 도로. '30㎞/h 제한'이라는 내용의 표지판이 무색하게도, 직진 신호가 바뀌기 전 교차로를 지나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차량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곳엔 과속 단속 카메라는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모(80)씨는 "지난 여름에 언니가 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해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있었다"며 "차가 안 보여 도로로 나갔는데, 느닷없이 차가 달려와 부딪쳤다"고 전했다.
김씨의 언니가 사고를 당한 노인보호구역은 어린이보호구역과 맞닿아 있었다. 노인보호구역이 끝나는 지점부터 다시 어린이보호구역이 시작되는데, 어린이보호구역에는 '단속중'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상태였다. 속력 제한 기준은 두 구역 모두 30㎞/h로 동일했다.
노인들의 보행 중 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인보호구역을 늘리는 추세지만, 정작 노인보호구역에 설치된 과속 단속 카메라는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보행 중 사망자는 총 110명이다. 이 중에서 노인 보행자는 69명에 달해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각 지자체들은 노인들이 많이 이동하는 곳을 중심으로 차량의 속력을 제한해 사고를 줄이는 노인보호구역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도내 노인보호구역은 지난 2022년 392개소에서 지난해 466개소, 올해 569개소까지 늘었다.
그러나 과속을 가장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는 단속 카메라 설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도내 50개에 불과했던 노인보호구역 내 단속 카메라는 올해 170개까지 늘었지만, 이는 전체 노인보호구역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 차이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올해 도내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는 총 3천557대로, 설치율은 93%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자체는 노인보호구역 내 단속 카메라 설치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기 북부지역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노인보호구역 지정 대비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카메라 설치에 투입되는 예산은 '보호구역' 명목에 포함되는데, 노면 표시를 위한 도색공사 등 관련법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예산이 우선 집중돼 단속 카메라 설치까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용 경기대 도시·교통공학전공 교수는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표지판만 설치하는 건 시민들에게 환기시키는 기능밖에 할 수 없다"며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보호구역의 실효성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